2.5톤 쓰레기와 살던 어르신…마음 건강까지 챙기는 '클린버스'

경남도, 찾아가는 취약계층 집 정리 '클린버스' 4월부터 운행 시작
저장강박·화재위험 10가구 집 정리
정신건강복지센터 연계 상담 지원·매주 2회 안부 확인

홀로 어르신 집 정리 전 모습. 경남도청 제공

지난해 4월 경남 산청군의 한 주택에서 불이나 지적장애 모녀가 숨졌다. 집에 쌓아둔 쓰레기 더미에 미처 대피하지 못한 안타까운 사건이다.

이렇듯 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쌓아두는 증상인 저장 강박은 신체·정신적으로 취약한 중증장애인에게는 치명적인 사고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취약계층의 집 정리를 도와주는 경상남도의 '클린버스'가 탄생한 배경이다.

7일 경상남도에 따르면, 도와 시군, 광역자활센터·시군자활청소사업단의 협업으로 운영되는 클린버스는 지난달부터 운영을 시작해 지금까지 10가구를 지원했다.

함안군 대산면에서 혼자 사는 한 어르신은 집에 가득 쌓인 쓰레기 때문에 일상생활 유지가 어려운 상태였다. 악취와 벌레로 인해 이웃 주민의 건강과 안전까지 위협했다.

최근에는 집안 쓰레기 더미에 걸려 넘어진 어르신의 거동이 이상하다는 이웃 주민의 도움 요청이 접수돼 함안군 돌봄 담당자가 이를 확인하고 병원 입원을 도와 치료 중이다.

클린버스는 어르신이 퇴원한 뒤 집에서 쾌적한 생활이 가능하도록 청소 전문가 10명을 투입해 사흘 동안 쓰레기 정리, 집 청소, 방역 등을 했고, 장판과 벽지 등 집 수선도 지원했다.

홀로 어르신 집 정리 후 모습. 경남도청 제공

이날 어르신 집에서 나온 쓰레기만 2.5t에 달했다.

도와 함안군은 어르신의 저장강박증세를 치료하고자 정신건강복지센터와 연계해 상담을 지원하고, 보건소는 방문 진료를 시작했다. 또, 마을 활동가가 주 2회 찾아 안부를 확인하는 등 지역사회가 관심과 도움을 주기로 했다.

이처럼 클린버스는 집 정리만 하는 것이 아니다.

공무원과 수납전문가, 건강복지센터 등이 집을 찾아 거주 환경을 살펴 상담을 진행한 후 정리·수납, 폐기물 처리, 방역·소방안전 점검을 지원한다. 그리고 정신건강복지센터는 상담 관리에 들어가며, 이후에도 안부 확인을 이어간다.

찾아가는 집 정리 클린버스. 경남도청 제공

이는 경남형 통합돌봄의 기본 모델로, 통영·사천·김해·함안·의령·창녕·하동·산청·거창 등 9개 시군에서 공동으로 추진한다.

경남형 통합돌봄은 돌봄이 필요한 홀로어르신·장애인·1인 가구 등을 대상으로 사는 곳에서 필요한 주거·보건의료·일상돌봄 등 다양한 복지서비스를 통합적으로 누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경남도 신종우 복지보건국장은 "저장강박 의심가구는 일회성 청소가 아닌 지속적인 지역 사회의 도움이 필요하다"며 "경남형 통합돌봄과 연계해 상담·진료, 안부 확인 등 다양한 지역사회 돌봄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지원해 건강하게 오랫동안 사는 곳에서 살아갈 수 있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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