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에 상처나서" 휠체어 출입 막은 병원…전문가 "이동권 보장 먼 얘기"

부산의 한 병원서 휠체어 탄 80대 출입 제한
병원 측 "직원 차원에서 발생한 일…장애인 출입 거부 행태 없다"
전문가들 "개인이 위험과 불편 감수해야 하는 현실 바꿔야"

스마트이미지 제공

부산의 한 병원에서 휠체어를 탄 노인이 진료를 받지 못한 채 되돌아가는 일이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일상에서 '이동' 때문에 안전을 위협받는 사례가 여전히 빈번하다며, 보행약자의 이동권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곳곳에서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A씨는 지난달 13일 오전 11시쯤 장애로 거동이 불편한 80대 모친과 함께 부산 해운대구의 한 내과의원을 찾았다. 그의 모친은 당시 수동휠체어를 타고 있었다.
 
하지만 "병원 입구가 협소하다", "이전에도 휠체어가 출입하다 문에 상처가 난 적 있다"는 직원 얘기에 진료를 받지 못한 채 되돌아왔다.
 
당시 A씨는 왜 진료를 받을 수 없냐고 항의했지만 직원으로부터 같은 설명을 반복적으로 들었다. 그는 말이 안 되는 일을 겪었다며 당시 불쾌하고 당황스러웠던 심경을 토로했다.
 
A씨는 "모친이 머리가 아프다고 해 지인 소개를 받고 간 병원인데 그런 일을 겪었다"면서 "말이 안 되고 화도 나지만 병원에서 진료를 안 보겠다는데 어쩔 수가 없지 않느냐. 결국 갔다가 다시 되돌아 나왔다"고 말했다.
 
해당 병원 측은 직원 차원에서 발생한 일이며, 장애인 출입이나 진료 거부 행태는 일절 없다고 해명했다.
 
병원 관계자는 "CCTV를 확인해 보니 당시 주말인 데다 환자가 몰리면서 제대로 응대가 안 된 것 같다. 직원이 개인적인 사유로 일을 그만둔 상황이라 정확한 경위를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평소에도 장애가 있거나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이 와서 치료받고 간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전동휠체어의 경우 사고 위험 등으로 일부 출입을 제한할 수 있지만 수동휠체어의 진입을 막는 건 명백한 '차별'이라고 꼬집었다.

그럼에도 현실에서 장애인과 노인 등 보행약자가 병원과 식당 등에서 출입 제한을 겪는 일은 아직도 빈번하다고 입을 모았다.
 
부산 남구장애인복지관 강은정 팀장은 "전동휠체어의 경우 안전사고 위험 등이 있어 건물 내부에서는 출입을 제한하거나 수동휠체어로 바꿔 탈 수 있게끔 안내하는데 수동휠체어 출입을 제한한 건 문제가 된다. 이동에 꼭 필요한 보행 기구인데 못 들어오게 했기 때문"이라고 강하게 말했다.
 
이어 "병원 측에서 보호자가 부축해서 들어오라고 안내할 수도 있었다. 문이 정말 협소하고 파손 사고가 잦았다면 진료 거부가 아닌 환경을 갖춰야 하는 문제"라면서 "대부분 건물이 장애인의 동선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있고 파손 사고 시 기관에서 부담해야 하다 보니 출입 자체를 막는 경우가 자주 있다"고 설명했다.
 
최소한의 이동권이 보장되지 않는 척박한 환경 때문에 개인이 위험과 불편을 감수하거나 직접 비용을 들여야 하는 현실도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부산 장산노인복지관 정영호 관장은 "이동은 누구에게나 자유로워야 하는데 신호 길이 등 도로마다 상황이 다르다 보니 노인들도 위험에 노출되는 경우가 빈번하다"면서 "보행 능력이 자연스럽게 떨어진 노인들은 실버카(보행차)를 주로 이용하는데 이 역시 적게는 150만 원, 많게는 300만 원까지 한다"고 설명했다.
 
부산 보행약자 이동권 개선 시민추진단 관계자는 "휠체어나 유모차가 이동하려면 턱이 없어야 하고 완만한 경사로가 많아야 한다"며 "특히 장애인의 경우 식당 등에 장애인 화장실이 갖춰져 있어야 하지만 이런 내용은 강제 사항이 아니다 보니 없는 곳이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노인이나 임산부의 경우 반응 속도가 느리다는 점도 고려해 보행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며 "실질적으로 보행약자의 이동권을 확보하고 접근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활동이 곳곳에서 꾸준히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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