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일대에서 20~30대 사회초년생들을 노려 110억 원대 대규모 전세 사기를 벌인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사기 가담자는 110여 명에 달한다.
2일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는 전세사기 조직 총책인 부동산 컨설팅업체 대표 40대 남성 A(43)씨와 부장단 5명, 직원 등 18명을 사기 혐의 등으로 검거하고, 이 가운데 주범 6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A씨와 부장단 5명 등 총 6명에 대해서는 범죄집단 조직죄가 적용됐다.
A씨 일당은 2020년 5월부터 2022년 8월까지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 지역에서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빌라, 오피스텔 등 주택 428채를 사들여 임대한 후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이들이 현재까지 접수된 피해자 75명에게 돌려주지 않은 전세 보증금 규모는 11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자 대부분은 20~30대 사회초년생들이었다.
이 같은 전세사기 조직에게 리베이트를 약속 받고 임차인을 모집하는 등 전세사기에 가담한 공인중개사와 중개보조원 등 101명에 대해서는 공인중개사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해당 조력자들은 전세사기로 수익금을 분배하는 과정에서 법정수수료를 초과한 금액을 수수하고 무등록 중개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조사 결과 A씨가 운영한 부동산 컨설팅업체는 부동산중개업자, 컨설팅업자 등과 연계해 명의대여자를 구하고, 자본금 없이 전세보증금만으로 주택을 매수하는 '무자본 갭투자' 수법으로 보유 주택 수를 늘렸다.
이 과정에서 리베이트를 약속받은 공인중개사 등은 이런 문제점은 숨긴 채 매매가보다 2천~8천만 원 높은 전세보증금으로 임차인을 모집했다.
예컨대 매도인이 3억 원에 주택을 팔기로 했다면, 3억 3천만 원에 전세 계약을 할 임차인을 구해 전세보증금으로 매매 대금을 치르고 남은 3천만 원은 사기 조력자들의 이익금이나 등기 비용 등으로 사용하는 게 A씨 일당의 수법이었다.
A씨 일당은 주택을 직접 소유하는 대신, 직업이 없어 보증금 변제 능력이 없는 명의대여자 B(54)씨와 C(61)씨에게 건당 약 50만 원을 주고 소유권을 넘기는 주도면밀함도 보였다.
결국 자기 자본 없이 부동산을 소유하게 된 B씨와 C씨 등은 최근 금리가 오르고 부동산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전세보증금을 못 내줄 처지가 됐다. 이들 명의대여자 2명은 피해자들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대위변제를 받아 이사를 가자, 다시 월세로 주택을 임대해 부당이득을 취하기도 했다. 경찰은 현재 도주 중인 C씨를 추적 중이다.
경찰은 정부 시책에 따라 금융기관이 무주택 청년에게 서류 심사만으로 전세금을 손쉽게 대출해 주는 점을 노리고 A씨 일당이 조직적으로 범행을 계획했다고 보고 있다. 이들은 2020년 5월 서울에 부동산 컨설팅업체를 설립하고 경기 부천시·구리시 등에 지사 사무실을 운영하는 등 조직을 확장해 나갔다.
내부적으로 '사장·부장·과장' 등 지휘통솔체계를 갖추고 사칙과 회칙까지 만들었으며, 유기적인 업무 보고 체계까지 작동하고 있었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총책 A씨와 사촌지간인 부동산 컨설팅업체 부장단 D(35)씨는 피해자들로부터 편취해 얻은 범죄수익 가운데 대부분 게임머니에 탕진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6월 국토교통부에서 전세사기로 의심되는 다주택 보유자 자료를 통보받고 전담수사팀을 꾸려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피의자들이 소유한 110억 원 상당 주택 75채를 몰수보전하고, 부장단 5명이 받아 챙긴 리베이트 수익금 가운데 4억 3천만 원 상당을 추징보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