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의협)의 의결 기구인 대의원회의 제31대 의장으로 김교웅 의협 한방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이 당선됐다.
김 신임 의장은 내달 임기 개시를 목전에 둔 임현택 차기 의협 회장 등 새 집행부의 지휘 아래 의협이 하나로 단합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증원 백지화 없이는 대화도 없다'는 노선을 견지해온 임 당선인의 방침을 따르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의협은 28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76차 정기 대의원 총회에서 대의원 투표를 통해 이같이 신임 의장이 결정됐다고 밝혔다.
의협 대의원회는 의협의 사업계획과 예·결산 심의·정관 개정 등을 심의·의결하는 기구다. 앞서 정부가 2월 초 '의대 정원 2천 명 증원'을 발표한 직후 당시 이필수 의협 회장이 자진 사퇴하자, '의대 증원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발족을 의결·승인한 것도 대의원회다.
실질적 실행기구인 의협 집행부와는 협력과 견제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한다.
이날 투표에 참여한 대의원은 246명 중 228명으로, 김 신임 의장은 유효투표 218표 중 132표를 받아 과반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경쟁 후보였던 이광래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 회장은 85표를 얻는 데 그쳤다. 나머지 1표는 기권이었다.
김 신임 의장은 서울시의사회 부회장과 대의원회 의장 등을 역임했고, 현재 의협 한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는 의료공백이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 심각한 유감을 표하며 당선 후 "(새 의협) 집행부가 잘하도록 대의원회에서 적극 후원할 것"이라며 "대의원회 모든 분이 하나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5월부터 임기가 시작되는 임 회장을 포함한 차기 의협 집행부는 대의원회와 긴밀한 협력 관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날 총회에서 의협 대의원회는 '정부의 의대 증원 및 필수의료 정책패키지 추진의 전면 백지화'를 거듭 요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이와 함께 △의협 회원들에게 내려진 각종 행정명령 취하 및 행정처분 전면 철회 △'의사를 적대시하는 정책'의 관련 책임자 문책 등도 촉구했다.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을 부추겼다는 혐의로 보건복지부로부터 고발당한 이후 경찰 수사를 받아 온 임 당선인은 의대 증원의 정당성 등을 전면에서 브리핑해온 박민수 복지차관 등의 경질을 요구해 왔다. 대의원회의 지지에 따라, 이러한 '강경 노선'은 내달 이후 더 심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임 당선인은 이날 인사말을 통해 정부가 먼저 내년도 의대 증원을 백지화하지 않는 이상 어떤 형태의 대화도 불가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한국 의료는 이미 돌아오기 힘들 정도로 깊은 낭떠러지로 곤두박질치고 있는데도 정부는 문제 해결을 위한 진정한 자세를 취하기는커녕 '의료 개혁'이라며 의대증원 2천 명을 고수해 대한민국을 '의료 망국의 길'로 내달리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 의료를 선진화 반열에 올려놓은 것은 '의사들의 인내와 헌신'이라며 이를 외면한 의대 증원 강행은 '의·정 갈등'이 아니라 "오로지 정부의 일방적인 권력 남용으로 촉발된 '의료 농단'"이라고도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번에도 우리 의료계가 모든 것을 인내하여 받아들인다면 '한국의료의 완전한 사망선고일'은 그만큼 더 일찍 당겨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작금의 의료계 상황을 '피폐해진 전쟁터'에 비유하며 "(의협 14만 회원은) 하루하루 버티기가 힘들고 이젠 쥐어짤 눈물조차도 메말라 저마다 가슴 속 깊이 응어리져 있는 분노가 화산의 용암처럼 치밀어 올라 폭발하기 일보 직전"이라고 밝혔다.
임 당선인은 그간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각 정부가 '의사 죽이기' 정책을 밀어붙여 왔다며 "정부가 전문가를 전문가로 인정하지 않고 의료정책의 흥정대상으로 여기거나,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만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고 오산"이라고 말했다.
이어 "잘못된 정책에 대해서는 목에 칼이 들어와도 올바른 목소리를 낼 것이며, 의료를 사지(死地)로 몰아가는 망국의 의료정책은 죽을 각오로 막아낼 것"이라며 "정부가 촉발시킨 의료농단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는다면 하루빨리 국민들께, 그리고 의료계를 향해 진정한 사과를 하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정부가 우선적으로 2천 명 의대증원 발표를 백지화한 다음에야 우리 의료계는 다시 원점에서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는 입장을 분명하게 밝힌다"며 "그렇지 않고서는 우리 의료계는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압박했다.
임 당선인은 앞서 전날에도 회장직 인수위원회를 통해 '거친' 목소리를 냈다. 인수위는 최근 의대 교수들의 '주 1회 휴진' 결의 등과 관련해 정부가 관계법령을 검토 중이라 밝히자, 복지부가 이들을 '범죄자' 취급하고 있다며 강력 반발했다.
인수위는 "정부가 교수님들께 동네 양아치 건달이나 할 저질 협박을 다시 입에 담을 경우, 발언자와 정부에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