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세 개의 태양은 없다…"주체조선의 태양 김정은 원수님"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개 태양' 중 우상화 강도 조절
김정은 독자성 강조하며 새롭게 정통성 구성할 가능성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16일 평양 화성지구 2단계 살림집(주택) 준공식이 열렸다고 조선중앙TV가 17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에서 김일성과 김정일은 모두 '태양'에 비유됐다. 김일성은 해방 후인 1946년에 '우리의 태양'이라는 책이 나올 정도로 일찍부터 태양으로 묘사됐다.
 
김정일도 아버지만큼은 아니지만 태양으로 우상화됐다. 지난 1998년 12월 황해남도 구월산 양각봉의 자연 바위에 '21세기의 태양 김정일 장군, 주체87년 12월24일'이라는 찬양 글귀를 새기고 제막식을 갖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김일성과 김정일 선대 수령을 태양으로 우상화하는 빈도와 방식 등에서 변화의 조짐이 생겼다. 
 
먼저 4월 15일 김일성 생일의 공식 명칭인 '태양절'이 4.15절로 변경됐을 가능성이다. 
 
'태양절' 용어는 지난 2월 18일 이후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에서 '4월 명절', '4월 봄 명절', '민족최대의 명절' 등으로 바꿔 표현되다가 생일 당일에 단 1건 기사에서 사용됐다. 
 
"뜻 깊은 태양절에 즈음하여" 북한의 당과 정부 간부들이 만수대 언덕의 김일성과 김정일 동상에 꽃바구니를 진정했다는 소식을 전하는 기사였다. 
 
이 한 건의 기사는 "북한이 갑작스런 태양절 사용 횟수의 감소를 내외부에서 특이 동향으로 볼 가능성을 의식한 의도적인 것"이라는 것이 통일부 당국자의 분석이다. 
 
북한에서 김일성이 태어난 만수대와 백두산 밀영, 김일성·김정일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 등은 혁명의 성지이자 태양의 성지, 주체의 성지 등으로 불린다. 
 
그런데 올 들어 북한 노동신문에서 '혁명의 성지'라는 표현은 16차례 꾸준히 사용됐으나, '태양의 성지'는 김정일 생일인 지난 2월 16일 "태양의 성지에 펼쳐진 이채로운 풍경" 제하의 기사에서 '금수산태양궁전'을 언급할 때 한 차례만 사용됐다. 
 
김일성 생일 하루 전인 14일 보도에서도 김일성 생가가 있는 만경대에 대해 '애국의 성지, 혁명의 성지'라고 표현하면서도 '태양의 성지'라는 용어는 뺐다.
 
반면 김정은에 대해서는 "주체조선의 태양"이라는 표현을 공식 매체에서 사용했다. 노동신문은 지난 17일 교육 원조비와 장학금 지원에 대한 조총련의 인사를 전하는 기사에서 "주체조선의 태양이시며 총련과 재일동포들의 자애로운 어버이이신 경애하는 김정은 원수님께 삼가 드립니다"라는 제하의 기사를 게재했다.
 
북한 당·정 간부들, 김일성·김정일 동상에 헌화. 연합뉴스

김일성 생일을 맞아 당정군의 간부들의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여부를 공개하지 않은 것도 주목된다. 김정은 위원장이 김일성·김정일 관련 주요 계기에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지 않은 적은 이번을 포함해 여러 차례 있었지만, 간부들의 참배여부를 공개하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비교되는 동향은 선대 수령에 대한 신격화는 현실에 맞춰 조정하되, 우상화의 초점을 김정은에 맞추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물론 김일성 태양상·김정일 태양상, 금수산태양궁전 등 고유명사, 그리고 김정은이 과거 선대수령을 '주체의 태양' 등으로 언급한 대목을 인용할 경우에는 계속 '태양'에 비유하는 우상화 표현이 계속되고 있다.
 
따라서 선대수령 신격화 수위를 조절하는 것으로 보이는 이런 경향이 어느 순간 반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럼에도 '현세의 태양'인 김정은에 우상화의 비중을 두는 동향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이 김일성 생일 다음 날 참배 대신 참석한 화성지구 2단계 1만 가구 준공식에서는 김정은 찬양가인 '친근한 어버이'라는 제목의 가요와 뮤직 비디오가 처음 공개되기도 했다.
 
가사의 내용과 뮤직 비디오의 구성은 후대를 강조하며 '자애롭고 친근한 어버이'로서의 김정은을 부각시키는 내용이다. 
 
이처럼 김정은을 독자적으로 내세우는 것은 '적대적 남북 2국가' 선언과 이에 따른 '통일' 지우기 등 선대 수령의 정책과 차별화를 지으려는 일련의 동향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1984년생으로 알려진 김정은도 올해 만 40세를 넘고 집권 12년차인 만큼 선대의 후광에서 벗어나 독자 노선의 실행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야간에 진행된 화성지구 2단계 준공식 경축공연에서는 한반도 전체를 뜻하는 '삼천리'를 '이 세상'으로 바꾼 북한의 새 애국가를 가수 김류경의 노래로 사실상 공식 선포했고, 이후 '애국가'라는 명칭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가'로 변경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런 일련의 동향에 대해 "수령 신비주의 탈피나 사회주의 정상국가 지향보다는 김정은에 대한 독자적 위상 강화 가능성에 무게가 더 실리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선대수령의 권위를 유지·계승하면서도 '현세의 태양'인 김정은의 독자성을 강화하며 정통성을 새롭게 구성하려는 경향이 앞으로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에서 3개의 태양, 즉 '삼체'의 구조가 어떻게 변화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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