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소설 '천 개의 파랑'은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부문 대상 수상작이다. 2019년 출간 이후 15만 부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러다. 하반신이 부서진 채 폐기 처분만 기다리는 로봇 기수 '콜리'와 안락사 위기에 처한 말 '투데이', 아득한 미래 앞에서 방황하는 '연재', 휠체어 탄 채 살아가는 '은혜', 동반자를 잃고 애도를 반복하는 '보경' 등 상처 입고 약한 존재들이 서로 연대하는 이야기다.
천선란 작가는 18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서울예술단 창작가무극 '천 개의 파랑' 제작발표회에서 "지난해 비슷한 시기에 국립극단과 서울예술단에서 제안을 받았다. 작품의 제목처럼 파랑이 여러 색깔로 이 봄을 물들일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공연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형 연출은 "로봇으로는 원작의 이야기를 정확하게 전달하기 어렵다고 판단해서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다"며 "전통적인 방식으로 제작한 인형과 LED를 활용해 2035년 근미래를 표현한 화려한 무대가 대조적"이라고 말했다.
천 작가는 "연극과 뮤지컬에 구현된 '콜리'를 보자마자 눈물이 났다. 책을 읽을 때 끊임없이 상상했지만 '콜리'가 활자 밖으로 튀어나오기 힘든 존재라고 생각했다"며 "원작에서 속삭이듯 말하는 '콜리'의 대사를 노래로 들으면 감동이 클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SF 장르가 각광받는 이유는 뭘까. 천 작가는 "갈수록 세상이 먹먹해지고 있다. 예전에는 정해진 사회의 규범 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 돈을 버는 이유, 사는 이유에 대해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 반면 요즘은 왜 열심히 살아야 하는지 모르는 채 사는 시대가 되고 있다. 세상에 혼자 덩그러니 남아 있는 느낌"이라고 했다.
'천 개의 파랑'은 과학기술이 발전할수록 외면받는 소수자의 이동권, 동물의 존엄권 등 다양한 사회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다. 천 작가는 "불가능하다고 믿었던 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기술이 발전하는 것은 좋지만 인식과 법이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아쉽다. 이로 인해 피해 입은 존재가 다 같이 행복한 미래를 꿈꾼다"고 말했다.
연재 역은 연정, 효정(오마이걸), 은혜 혁은 송문선, 보경 역은 김건혜, 소방관 역은 최인형이 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