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민원 막아라" 부산서도 공무원 이름 비공개 확산

부산 16개 구·군 중 7개 지자체 행정조직도 익명화
김포시 공무원 사망사건 이후 전국적 신상 보호 움직임
일부 공무원 "신상 털기 방지돼 안심" 반기는 기색
일각에선 "임시방편에 불과…근본적 문제 해결 필요" 지적도


악성민원에 시달리던 공무원이 극단적 선택을 하자 전국적으로 공무원 보호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부산 지자체들도 홈페이지에서 직원 이름을 삭제하는 등 보호 조치에 나서고 있다.
 
공무원들은 악성 민원인의 악의적 '신상 털기'를 방지할 수 있다며 반기는 기색이지만, 일각에선 임시방편에 불과해 법적 대응 등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부산CBS 취재에 따르면, 부산지역 16개 구·군 가운데 7곳이 지자체 홈페이지에 공개된 행정조직도에서 직원의 이름을 비공개 처리했다.
 
해운대구는 지난달 21일 전국 지자체 최초로 홈페이지 행정조직도에서 담당 직원의 성만 남기고 '김OO'으로 수정했다.
 
동래구 역시 담당 직원의 성만 알 수 있게 했고, 부산진구와 영도구 등 5개 지자체는 직원의 이름을 아예 삭제하고 직급과 담당 업무만을 기재했다.
 
또한 지자체들은 청사 내 복도에 배치된 좌석배치도를 아예 철거하거나 직원 이름과 사진을 지우는 추세다.
 
지난달 김포시의 한 공무원이 온라인상에 실명과 직통 전화번호 등이 공개되는 등 극심한 악성민원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을 계기로 공무원 보호를 위한 조치가 전국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부산 지자체들 역시 내부 직원들의 신상 보호 요청이 잇따르고, 공무원노조에서도 신상 보호를 주장하자 신상 비공개 결정을 내리고 조치에 나서고 있다.
 
부산진구 관계자는 "김포시 공무원 사망사건 관련해서 내부 직원 보호를 위해 이름을 지우고 업무만 기재하는 쪽으로 홈페이지 개편을 했다"며 "직원을 보호해달라는 내부 목소리도 있었고, 노조에서도 공문 보내는 등 움직임이 있었던 걸로 안다. 구에서도 보호 필요성에 동의해 결정이 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산 해운대구 홈페이지 행정조직도에 공무원 이름을 삭제 조치한 모습. 부산 해운대구 홈페이지 캡처
 
이 같은 변화가 생기자 일부 공무원들은 이름 등 신상을 가림으로써 악성민원인의 악의적 '신상 털기'에 대한 두려움이 줄어든 것 같다며 반기는 기색을 보이기도 했다.
 
부산 한 지자체 소속 공무원 A씨는 "민원인들이 문의할 때도 필요한 업무의 담당자를 알면 되지 꼭 이름을 알 필요는 없다고 본다"며 "특히 사진과 이름, 내선 전화번호가 드러난 좌석배치도의 경우 사진을 찍어가는 분도 있어 불안한 마음이 컸는데 사진과 이름을 빼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러한 신상 비공개 조치들이 정책과 행정서비스의 투명성과 시민들의 정보 접근성을 떨어트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동아대학교 행정학과 배유일 교수는 "시민들에게 정책이나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실명을 밝힘으로써 서비스의 투명성과 적실성을 높이기 위해 시작한 정책"이라며 "업무 담당자를 파악하고 직접 연락하는 것이 필요한 시민들이 분명히 있는데, 이러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가 아예 차단되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해당 조치가 임시방편에 불과해, 공무원을 실질적으로 보호하기 위해선 법적 조치 등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배 교수는 "신상 비공개 조치는 임시방편에 불과해, 실질적으로 공무원들을 보호하기 위해선 기관 내 법무팀을 구성해 법적 대응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구조적으로 보호장치와 안전망을 마련해 악성민원이 공무원에 피해를 끼칠 수 없도록 근본적인 구조와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