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어린 시절부터 줄곧 의미를 알 수 없는 비밀코드에 뒤덮인 고대 유적에 매료됐다. 그러던 중 고대 문명부터 현대에 이르는 인류의 발자취에 유사한 형태의 기하학적 패턴이 등장하는 것에 흥미를 느꼈다. 그리고 고대 유적이 남긴 자취와 함께 현대의 양자역학이론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작가는 기하학적 패턴이 나선형 형태로 흐르는 시공간의 단면을 표현한 것임을 발견했다. 이것이 우주의 신비와 인생의 의미를 깨닫는 데 해답을 제시해줄 거라는 기대감으로 자신만의 작업 세계를 구축했다.
또 레이어 상단의 일부를 지우는 방법으로 밑색을 드러내거나, 실크스크린을 접목해 밀도 높은 레이어를 한다. 이렇게 완성된 정교한 기하학적 도상은 언뜻 명확한 계획과 질서 아래에서만 탄생한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 작가는 작업 과정 자체를 즐기며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우연한 발견의 흔적을 남긴다.
작가의 작업은 캔버스 위에 물감을 칠해 완성하는 일반적인 회화와는 다른 시각성을 발생시킨다. 작업이 반사하는 조명과 햇빛은 관람자의 움직임과 위치에 따라 변화한다. 작가는 자신이 택하고 실험한 대상이나 재료, 물성에 대해 이야기할 뿐 작업을 규정하거나 귀결하는 이야기에 관해서는 관조하는 태도를 유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