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형적인 다단계 도급 구조와 위장 입찰 의혹 등 각종 논란이 불거진 부산 해운대 해파리 차단 그물망 사업과 관련해, 사업을 발주한 지자체가 결국 사실 관계와 위법성을 가리겠다며 관계기관에 수사를 의뢰했다.
부산 해운대구청은 해파리 차단 그물망 설치 사업과 관련해 업체 간 담합 의혹 등을 확인하기 위해 지난달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12일 밝혔다.
구청은 최근 수년 동안 해파리 차단망 사업을 따낸 업자들이 사실상 같은 업체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자 사실 관계를 명확히 파악하고 위장·담합 등 위법성은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 수사를 의뢰했다고 설명했다.
또 공공기관이 발주한 사업의 경쟁 입찰 과정에서 문제가 불거진 만큼 공정거래위원회에도 이런 사실을 알리고 조사를 의뢰했다.
지난 2021년부터 2년 동안 해운대해수욕장 해파리 차단 그물망 사업을 맡은 A업체는 지난해에도 경쟁 입찰에 나섰다가 B업체에 밀려 사업을 따내지 못했다. 반면 B업체는 A업체가 사업을 따낸 2년 동안 입찰에 참여했지만 고배를 마셨다가, 지난해 사업자로 선정됐다.
하지만 부산CBS 취재 결과 수년 동안 한 사업을 두고 경쟁한 두 업체가 사실상 같은 사업체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두 업체가 입찰에 참여할 당시 관련 서류나 사업 계획 등 문서가 판박이인 데다, 사업 계획에 포함된 직원까지 일부 중복됐기 때문이다. 두 업체는 서류상 주소지까지 같은 건물에 두고 있었다.
구청 역시 자체 감사에 나서 의혹을 확인한 바 있다. 다만 이런 정황만 가지고는 입찰 방해 등 위법성을 찾기 힘들다고 판단해 결국 경찰에 사실 확인을 의뢰했다.
해운대구청 관계자는 "구청 자체 조사 결과 다소 의심스러운 정황이 있지만 정황만 가지고는 담합 여부를 판단하기에 애매하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며 "의혹을 해소하고 입찰 과정에서 위법성은 없었는지 명확히 확인하기 위해 관계기관에 동시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후속 조치는 경찰이나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결과를 보고 판단할 계획"이라며 "각종 논란과 의혹이 많았던 것은 사실인 만큼 장기적으로는 해파리 차단 그물망을 계속 설치해야 하는지 면밀히 검토하고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해당 업체 관계자들은 "동종 업계로 사업을 진행하는 데 도움을 받았을 뿐, 같은 업체는 아니"라고 설명한 바 있다. 논란이 불거진 이후 해운대구청 관계자들에게도 "업계가 좁아 직원이 겹쳤고, 사업 계획도 도움을 주고받은 것뿐이다. 담합 등은 없었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