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앞세웠던 민생토론회, 총선 성과는 크지 않았다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민생토론회 후속 조치 점검 회의. 연합뉴스

22대 총선의 표심이 '지역 개발' 정책을 쏟아낸 대통령 주재 민생토론회에 크게 휘둘리지 않은 양상이다. 선거법 위반 논란마저 불거진 민생토론회 개발 정책보다는 정권심판론 등 다른 요인이 민심에 크게 작용한 셈이다.
 
11일 정책브리핑 사이트에 따르면 정부는 총선 전까지 모두 24차례 민생토론회 행사를 벌였다. 이 가운데 국토교통부가 단독 주관한 행사가 2회, 타 부처와 공동 주관한 행사가 4회다. 그러나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 주관 행사 등 국토부는 대다수 '개발 관련' 민생토론회에 참여됐다.
 
국토종합계획의 수립·조정, 국토의 이용·개발, 도로·주택의 건설 등 국책 사업을 관장하는 국토부는 이같은 현행법상의 소관업무 추진계획을 민생토론회에서 발표했다. 총선을 앞둔 민감한 시기인 만큼, 이는 정치적 논란을 샀다.
 
1월10일 경기 고양시에서의 민생토론회 때는 '1기 신도시 재개발·재건축 규제완화', 같은 달 15일 경기 수원시에서는 '반도체 메가클러스터 인프라 조성', 25일 경기 의정부시에서는 '2기 GTX 정권 임기내 추진' 등이 발표돼 총선 겨냥 개발 공약이라는 비판이 야권을 중심으로 나왔다.
 
2월에도 가덕도신공항 등 부산 개발(2월13일 부산), 그린벨트 대규모 해제(2월21일 울산) 정책이 나왔다. 국방부 사안이기는 하나 군사보호구역 대규모 해제(2월26일 충남 서산)도 등장했다.
 
3월에는 대구 통합 신공항(3월4일 대구), 경인선·경인고속도로 지하화(3월7일 인천), 전남 초고속도로 건설(3월14일 전남 무안) 등이 이어졌다. 서울 뉴:빌리지 사업 도입(3월19일 서울 영등포)이나 건설·건축 관련 특례시 특례 확대(3월25일 경기 용인)도 제시됐다.
 
결국 총선을 앞두고 시민단체 참여연대와 경실련은 각각 대통령을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이들은 "민생토론회는 매번 대규모 개발정책 및 지역 숙원사업, 선심성 정책 추진 계획들이 발표됐다. 대통령의 정치적 중립의무 위반이자 선거개입"이라고 주장했다.
 
논란 속에서도 전국 순회로 진행된 민생토론회는 총선에서 성과로 이어지지 못한 모양새다. 지역 개발이 발표된 민생토론회 개최지를 중심으로 보면, 영남권처럼 여권의 '전통적 표밭' 외에는 지역구 당선자가 거의 없다.
 
1기 신도시 규제완화 정책이 발표된 경기 고양시에서는 야당이 4개 지역구를 석권했다. 다른 1기 신도시에서도 분당(2곳 당선) 말고는 중동, 평촌, 산본 모두 야당 당선자를 배출했다. 반도체 메가클러스터 관련 지역구인 수원에서도 5개 지역구 모두 야당에 넘어갔고, GTX 확대 정책이 발표된 의정부 지역구 2곳도 전부 야당이 승리했다.
 
경인선 지하화 수혜지역인 인천에서는 지역구 14석 중 12석을 야당이 따냈고, 뉴:빌리지 사업이 발표된 서울 영등포 지역구 2곳과 특례시 특례 확대가 발표된 경기 용인 4곳에서는 여당 의석이 단 하나도 확보되지 못했다.

지역개발 사업이 골자인 주요 민생토론회와 관련 지역구의 총선 결과. 정책브리핑과 중앙선관위 발표 내용 재구성

당초 야권과 시민사회에서 제기된 논란에는 선거 개입 외에도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던졌다. 구체적 예산이 제시되지 않았던 데다, 이들 사업을 민자 유치에 의존하더라도 경기악화에 따라 건설업계 현황이 여의치 않다는 게 지적됐다. 정부 발표로는 지난해 국가채무가 1126조7천억원으로 전년대비 60조원 가까이 늘고, 관리재정수지가 무려 87조원 적자로 집계되는 등 현정권이 강조해온 '건전재정'이 무색한 지경이다.
 
경실련 정택수 부동산국책사업팀장은 "결국 국민들도 대통령이 민생토론회에서 제시한 게 공약(公約)이 아니라 공약(空約)이라고 인식했다는 얘기"라며 "정부의 의도가 무엇이었든, 국민들은 민생토론회가 총선과는 별개라고 현명하게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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