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대 국회의원 선거 본투표가 광주에서도 대체로 순조롭게 진행 중인 가운데 일부 투표소에서 유권자가 투표용지를 훼손하거나 투표소를 착각해 투표를 포기하고 돌아가는 등의 잡음이 발생했다.
10일 새벽 5시 40분쯤 광주 서구 쌍촌동 상무고등학교.
반려견과 함께 산책을 나온 유권자 한 명만이 투표소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투표를 일찍 한 뒤 휴일을 즐기기 위해 밤을 새우고 투표소를 찾았다는 주다인(25)씨는 "투표를 꼭 하기 위해 아침 산책으로 동네 한 바퀴를 다 돌며 잠이 깼다"라며 "사전투표를 하고 싶었지만 직장이 3교대라 시간이 맞지 않아 오늘 투표소를 찾았다"라고 대답했다.
이날 오전 6시 10분쯤 광주 서구 금호중학교는 대기하는 인원 없이 순조롭게 투표가 진행됐다. 사전투표 날 현장 근무를 하느라 이날 투표소를 찾았다는 강남석(68)씨는 "일찍부터 투표하고 모처럼 가족들과 놀러 나가자고 약속했다"라며 "투표용지가 긴 만큼 광주에 긍정적인 변화가 있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같은 시각 광주 서구문화센터도 비슷했다. 오전 6시 투표가 시작됐지만 투표소 앞에 대기하는 인원은 없었다. 이날 오전 7시쯤 투표를 하고 가족들과 산에 가기로 했다는 김모(78)씨는 "이전에는 투표용지에 도장을 찍을 때 불편함이 없었는데 용지도 길고 뚜껑도 닫혀있어 번거로웠다"라며 "다른 곳에 잉크가 묻지 않게 조심하다 보니 좀 오래 걸렸다"라고 대답했다.
이날 아버지와 함께 첫 투표를 한 강도연(19)군은 "고등학교 3학년이라 자율 학습을 하러 학교에 가기 전 아버지와 투표소를 찾았다"라며 "포스터도 읽어보며 공약을 살펴봤는데 한 표를 행사하며 사회에 도움이 된 거 같아 뿌듯하다"라고 말했다.
젊은 유권자들 가운데 투표를 마치고 손등에 찍은 도장과 함께 '인증샷'을 남기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20대 장모씨는 "아침 일찍 운동하고 나와서 투표소까지 찾게 됐다"라며 출입구 문 앞에 서서 투표소 팻말과 함께 사진을 남겼다.
일부 투표소에서는 투표소를 잘못 찾은 유권자들이 투표를 포기하고 돌아가거나 투표용지를 훼손하는 등의 소동이 발생하기도 했다.
광주시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20분쯤 유권자들의 투표소 출입 모습을 촬영하던 유튜버가 선관위 관계자에게 제지되기도 했다. 앞서 이날 오전 6시 50분쯤 광주 동구 계림2동 1 투표소에서 50대 유권자 A씨가 투표용지를 훼손하기도 했다.
A씨는 어머니가 투표 과정에서 도움을 요청하자 어머니가 있던 기표소로 들어가려 했다. 이를 지켜보던 투표 사무원이 A씨를 제지한 뒤 무효로 하겠다고 하자 용지를 찢고 귀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관위는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해 고발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관내 선거인이 아니어서 헛걸음하기도 했다. 전남 담양군에 거주하는 황모(36)씨는 "주소지와 상관없이 신분증만 가져오면 투표가 가능한 줄 알았다"라고 말하며 발걸음을 돌렸다. 한 투표 사무원은 "주민등록상 주소가 달라 돌아가시는 분들도 많다"라며 "사전투표소와 똑같이 생각해 광주의 투표소를 찾았지만 결국 완도와 목포 투표소까지 안내하는 경우가 있다"라고 밝혔다.
이날 오후 2시 기준 광주시와 전라남도의 투표율은 각각 59.1%, 61.6%로 167만 3천여 명의 유권자가 투표한 것으로 파악됐다. 21대 총선 같은 시간대와 비교해 광주는 54.8%보다 4.2%p, 전남은 58.2%보다 3.4%p 높았다.
투표소는 광주 358곳, 전남 806곳에 설치됐다. 선거인 수는 광주 119만9920명, 전남 156만5232명이다.
투표를 하기 위해서는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 여권, 기타 관공서 또는 공공기관이 발행한 사진이 부착된 신분증을 지참해야 한다.
본투표는 주민등록지 기준으로 선거인별로 지정된 투표소에서만 할 수 있다. 투표소 위치는 투표안내문 또는 투표소 찾기 연결 서비스 (http://si.nec.go.kr)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