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성구 학생들 공부 잘하지만"…경북도의 절박한 호소

이철우 지사와 총장단이 간담회를 가졌다. 경북도 제공

"솔직한 얘기로 대구 수성구 학생들이 공부 잘하니까 불리하다고 얘기할 수 있습니다. 의대생들의 수준이 낮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는 것도 알고요. 하지만 보건의료정책을 추진하는 입장에서는 절박해서 호소하는 겁니다"

경북도 관계자의 얘기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4일 대구에서 영남대와 동국대, 가톨릭대 총장과 경북대, 계명대 부총장단과 함께 한 자리에서 크게 두 가지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다. △의과대학 지역인재 전형 80%까지 확대 △지역인재 가운데 대구와 경북 학생 비율 5 : 5 조정 등이다.

지역인재 전형 80%확대 얘기는 의대 정원 확대방안을 발표하면서 의대 입학생 정원 가운데 60%를 지역인재 전형으로 한다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데서 한 발 더 나아가 80%를 내놓은 것이지만 논란의 소지가 없지 않다.

이철우 지사는 '지역 출신이 지역 의대에 진학해서 의학공부를 하고 지역 의료기관에서 수련의로 활동할 경우, 자연스럽게 그 지역에서 개업하고 종사할 확률이 높아지고, 이 경우 지역민들의 의료기관 접근성이 높아진다'는 소신을 반복해 피력해 왔다.

대구와 경북지역의 의료환경을 들여다 보면 어느 정도 이해는 간다. 대구에 경북대 영남대 계명대 가톨릭대 의료원 4곳이 있고 경북지역에는 동국대 경주캠퍼스 의료원이 경주에 있을 뿐 포항 안동 김천의료원을 제외하곤 변변한 의료기관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의료서비스 편중현상이 심한 수준이다.

도정을 담당하고 있는 경북지사 입장에서는 도민 불편을 줄이고 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방편으로 충분히 거론할 만한 주제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최근 불거져 나오는 의료이슈를 보면 내밀한 분석과 수요에 기반한 판단보다는 실체가 명확하지 않은 그래서 정치적 고려가 개입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대구시내 모 대학의 관계자는 "정부가 가이드로 제시한 수준까지 맞춰도 의대 입학생들의 수준이 낮아진다는 우려가 많은데 이를 더 높일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행정을 추진하는 입장에서는 가급적 주민들의 편의성을 높이고 의료 접근성을 높임으로써 주민들에게 의료서비스의 혜택이 쉽게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 최고의 선이다.

이철우 지사 역시 이 점에 착안해 총장들과 면담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나 이 지사는 최근들어 모든 도정의 초점을 '인구절벽, 지역소멸 대응'에 맞추고 지역민들의 추가이탈 방지에 혼신의 힘을 쏟고 있다. 잘 갖춰진 지역 의료서비스망 구축이 도정의 핵심축 가운데 하나인 것은 명확해 보인다. 정주여건의 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행사에 참석한 대학 총장단은 지역인재 양성을 통한 촘촘한 지역 의료서비스망 구축이란 전제에는 동의를 표하면서도 "당장 80%까지 확대는 어렵다. 점진적으로 모색해보자"거나 "대구와 경북의 비율 5:5 배정 역시 한 번에 될 일은 아닌 것 같다"는 유보적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대학 행정의 정점에 선 총장들 입장에서는 안 그래도 의대정원 증원 문제로 수련의와 교수진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는 마당에 행정기관의 요청까지 덜컥 수용하기 어려운 현실적 어려움 때문에 완곡한 입장을 밝힌 것으로 분석된다.

의대정원 이슈가 생긴 이래 대구경북지역에 던져진 새로운 의료분야 이슈 가운데 눈에 띄는 부분은 경북대의 상주병원 신설 검토와 국민의 힘이 최근 공약으로 제시한 안동과 포항지역 의대 신설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20일 대구와 경북지역 5개 의과대에 정원을 289명 늘여 총 정원이 640명으로 늘어난 지 10일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안동과 포항 의대신설이 공약으로 나왔다. 두 지역에 의과대가 신설된다면 설립을 위한 기술적 문제를 차치하고라도 균형 잡힌 의료서비스 공급이란 측면에서 생각해볼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또한, 경북대가 지난달 글로컬 30 계획의 한 부분으로 포함시켜 발표한 상주지역 대학병원 설립과 권역이 겹치는 문제는 또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고려가 없다. 최근 이철우 지사의 인구절벽 대응행보를 통해 드러나는 정책들만 봐도 그의 고심과 절박함이 어디에 있는지 미뤄 짐작이 간다.

대구경북지역 전체를 관통하는 의료정책의 마스터플랜 속에서 내밀한 분석까지 가미된다면 경북도의 정책추진이 더욱 빛날 수 있다는 점도 생각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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