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대국민담화에도 '진료축소'…"어린이 진료 걱정돼"

의대교수 '외래·수술 축소' 동네병원 '주40시간' 진료 축소
환자들 '의료 차질' 더 심해질까 우려
"병원 일찍 닫으면 어른과 함께 해야 하는 어린아이들 걱정"
"집단행동 이해하지만 환자로서 진료 밀리면 어쩌나…"

세브란스병원 뇌신경센터에 붙어있는 안내문 사진. 주보배 수습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를 통해 '의료개혁' 의지를 다시 한 번 강조한 1일, 의과대학 교수들과 개원의들까지 외래진료·수술 축소와 진료시간 단축에 돌입했다. 병원을 찾은 시민들마다 진료시간이 줄면서 의료 차질이 더욱 심해질까 우려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담화를 통해 "2천 명은 그냥 나온 숫자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고령화 등에 대비하려면 2천 명 증원은 최소한의 수치라는 입장을 고수한 것이다.

이에 앞서 의료계는 이날부터 '진료 축소'에 돌입하겠다고 수차례 밝혀왔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등 20개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가 모인 전국의대교수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달 30일 "(4월) 1일부터 24시간 연속 근무 후 다음날 주간 업무 '오프'를 원칙으로 하는데 동의했다"라며 "이 근무조건에 맞춰 중증·응급환자 진료를 유지하기 위해 외래와 수술을 조정하기로 했다"고 했다.

정부와 의료계의 입장이 엇갈리는 이날 오전, CBS 노컷뉴스 취재진이 찾은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은 한산하기만 했다.

수술전협진실 앞에는 '전체휴진으로 외래 접수는 운영하지 않는다'는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뇌신경센터에는 '예약환자 우선진료로 당일접수 하신 분은 대기시간이 발생한다'는 안내문이 있었다.

남편이 후두암 환자인 구모(60)씨는 의료 대란으로 인한 진료 축소를 걱정했다. 구씨는 "외래 진료가 늦어지기는 했다"며 "(진료가 축소될까) 불안하다. 남편이 수술을 끝내고 검사하는데 또 무언가 재발한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이날부터 의대 교수들도 '진료 축소'에 돌입한다는 소식을 뒤늦게 접한 환자들은 깜짝 놀라기도 했다. 당뇨 환자인 금모(57)씨는 "오늘부터 외래를 축소한다고 했나?"며 "(나를 진료해주는) 의사가 환자가 많은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며 말끝을 흐렸다.

전공의 사직이 장기화하면서 이미 줄어든 의료진이 새삼스레 체감된다는 시민도 있었다. 병원을 찾은 한 환자의 보호자 A씨는 "응급실을 통해서 병원에 왔는데 의사는 별로 없고 간호사만 몇 명 있었다"며 "(의료 대란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대학병원에 이어 개원의도 '주40시간 진료'에 동참하겠다고 밝히면서 동네 병원까지도 의료 차질이 번질까 우려도 나온다. 앞서 대한의사협회 비대위는 "개원의도 주40시간 진료 시간을 지키기로 결론 내렸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점심시간 직후 방문한 서울 시내 병원은 대기열이 늘어설 만큼 환자로 가득했다. 다만 이날 실제 주40시간 진료 단축에 돌입한 병원은 많지 않아 우려했던만큼 의료 현장에 큰 혼란이 생기지는 않았다.

중구의 한 이비인후과 병원에서 만난 40대 남성 B씨는 "어린 아이들 같은 경우는 어른이랑 같이 병원에 가야하는데 일찍 (병원) 문을 닫아버리면 아이들은 진료받기가 어려울 것 같다"고 우려했다.

시민들은 정부의 '의대 증원' 강경 대응에 의사들의 단체행동이 이해된다면서도 환자의 입장에서는 답답하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서울 시내 한 병원에서 시민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박인 수습기자

영등포구의 한 내과 병원에서 만난 항암치료 중인 장모(63)씨는 "수가 등 의사들에게 왜곡돼있는 부분들을 바로 잡아야할 점도 있다"며 "같은 의사들이 (집단 행동에) 돌입하는 것도 이해는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환자들 입장에서는 이해가 안된다. 나도 아프고 항암하는 사람인데 항암이 밀리면 어떻게 할 건가"하고 답답한 마음을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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