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났을 때 최자는 반에서 키가 제일 큰, 내성적인 아이였다. 개코는 춤도 되게 열심히 추고 외향적인 아이였다. 개코는 "완전히 반대였던 기억이 난다"라고, 최자는 "자라면서 둘이 반대로 바뀌었다"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어느 날 최자가 '터미네이터' 소프트 비닐 피규어를 가지고 학교에 왔고, 개코도 거기에 관심이 생겼다. 정문 앞에 살던 개코와 후문 앞에 살던 최자는 정문부터 후문까지 왔다 갔다 하면서 동네를 돌아다녔다.
개코는 "친해지면서 자연스럽게 서로 음악 얘기를 했다"라며 "해외 음악을 최자와 나눠 들으면서 그때부터 취향이 맞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최자는 "힙합이라는 장르로 친해졌고 친구이기 때문에 (팀 활동도) 계속하는 거 같아서 저희한테는 음악이 되게 중요한 거 같다"라고 바라봤다.
데뷔 20주년을 맞은 소감을 묻자, 최자는 "오랫동안 활동할 수 있던 것, 제 생각엔 운이 되게 좋았다"라고 겸손한 답을 내놨다. 큰 위기가 와도 운 좋게 지나가기도 했다는 최자는 "둘이 같이하다 보니까 혼자 하는 것보다는 되게 쉽다. 꾸준히 앨범을 낼 수 있었던 게 오래 하게 된 비결이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비슷한 취향을 공유하며 친구로 우정을 쌓는 것과, 비즈니스가 걸린 본업을 함께하는 것은 다른 결의 문제일 수 있다. 그런데도 20년을 한 팀으로 활동할 수 있었던 데는 서로의 '합' 덕이 아니었을까. 개코는 "잘 맞는 사주인지 뭔지, 궁합이 잘 맞는 건지 모르겠지만 수상한 관계로 보시는 분도 있다. 30년이 다 돼 가는데 깨지지 않고 아직도 하냐고"라고 해 웃음을 자아냈다.
"다이나믹 듀오가 중심축에 있으면 (저희는) 위성처럼 거리감을 되게 알맞게 유지하고 있어요. 구심력이 커지니까 더 벗어나기 힘들다고 해야 할까요?" (최자)
각자 어떤 역할을 하는지 말로 딱 자르기는 어렵다고. 더 외향적이고 사람들과 같이 있는 것을 좋아하고 본인의 콘텐츠도 있는 것, 개코는 최자의 역할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러면서 "저 같은 경우는 어찌 보면 공간 안에서 뭔가를 만들고 이런 것들에 조금 더 에너지를 쏟고 있다 보니까 그게 너무 잘 맞아떨어진다"라고 덧붙였다.
개코는 "무대 위에서 시너지도 있다. 얘가 숨이 차구나 하면 내가 더블링을 쳐야겠다 하는 식이다. 여러 가지 각자 하는 역할을 되게 충실하게 하고 있다"라며 "친구니까 (일이) 일로만 느껴지지는 않는다. 놀이도 되는 거다. 같이 놀이도 하고 취미도 공유하기 시작하니까 되게 이게 또 결국 회사를 운영하는 동력도 되고 돈을 벌게도 되고 하니까 참 잘 돌아가는 기분"이라고 웃었다. 최자는 "너무 오래 하다 보니까 최적화가 된 것 같다. 혼자 할 때보다 훨씬 능률이 높고, 어디부터 어디까지 한다기보다 본능적으로 (각자 역할을) 안다"라고 거들었다.
의견이 갈리거나 갈등할 때는 어떻게 풀까. 개코가 "최근에는 그것(작은 갈등)조차도 없는 것 같다"라고 하자 취재진에게서 '부부 같다'는 반응이 나왔다. 최자는 "부부였다고 치면 서로 그냥 자기 할 일 잘하면서 같이 잘 있는 사람들 있지 않나"라며 "각자 자기 생활 잘하고 같이 있을 때도 그냥 무리 없는"이라고 설명했다.
최자도 "그때나 지금이나 취향이 비슷하다"라며 "우리 취향 안에서 시대감을 맞춰가면서 만들어 왔다"라고 말했다. 개코는 "'다듀 스타일 음악인데 이건 좀 요즘 만든 거 같네?' 하는 느낌이 들게 하고 싶어서 그런 고민을 많이 하는 것 같다"라고 전했다.
다이나믹 듀오 음악의 정체성으로는 '둘의 목소리'를 꼽았다. 개코는 "두 명의 목소리가 조화롭게 흘러나와서 가사 내용에 집중하게 되는 게 있다. 스타일이 중요해, 멜로디가 중요해 (이런 게) 아티스트마다 다르지만 그래도 저희는 가사가 좀 들리게 전달하려고 한다. 들었을 때 딱 내 이야기라고 느낄 수 있게"라고 강조했다.
이어 "저희가 어릴 때부터 기술적으로 욕심을 냈다가도 기술적으로 욕심 내면 뭔 소린지 못 알아들을 수도 있어서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최자 역시 "듣기가 아무리 좋아도 현란하게 할 수 있는 부분도 있었는데 포기한 부분도 많다"라고 털어놨다.
데뷔 20년이 되어서도 전국을 누비며 공연하는 다이나믹 듀오. 그중에서도 젊은이들이 모인 자리에는 출연료가 좀 안 맞더라도 가려고 한다. 개코는 "행사 페이가 좀 안 맞아도 가려는 이유는, 저희가 오히려 에너지를 더 받고 오는 기분이어서다. 그들이 지금 뭘 더 원하는지 확인하는 장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항상 엔딩곡이었던 곡을 '아예 몰라서' 젊은 친구들에게는 어필이 안 돼 레퍼토리를 바꾸기도 한다. 그렇게 현장에서 직접 분석할 수 있는 게 엄청난 에너지가 된다는 설명이다.
"그리고 상처도 둘이 나누니까"라며 웃은 개코는 "이게 솔로 가수였다면 엄청난 정신적 피해가 있을 텐데 그게 또 안줏거리가 되니까 차 안에서 엄청 웃고 그 부분은 정말 좋은 거 같다. 서로의 정신건강에서 많이 케어해준다는 느낌?"이라고 반문했다. 최자도 "진짜 그래서 두 유닛으로는 한국 내에서는 어떤 공연도 두려운 게 없다"라고 자신했다.
연령대별로 선호하는 노래도 차츰 달라진다. 최근엔 기업 행사를 주로 가는데, 다이나믹 듀오가 생각하는 레퍼토리를 거의 그대로 받아들이는 곳이 기업 행사다. 대학 축제에서 '링마벨'을 안 부른 지는 벌써 꽤 됐다. '출첵'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큰 사랑을 받은 '스모크'(Smoke) 반응이 가장 뜨겁다고.
언제까지 대학 축제에 서고 싶냐는 질문에 최자는 "저희 목표는 둘 중에 못 걸어서 휠체어 타고 수액 맞고 이런 거 아니면 계속하는 것"이라며 "나이는 그리 중요하지 않은 거 같다"라고 답했다. 개코는 "우리가 바라봤던 힙합 아티스트들은 아직도 왕성하게 하고 있다 보니까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저희도 안 느껴지긴 한다"라고 전했다.
최자는 "그때 기준으로 지금을 바라보면 정말 많이 잘됐다.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저희 7집 앨범이 엄청 잘됐는데 상도 되게 많이 받고 1등도 엄청 많이 했다. 앨범도 다 줄 세우기하고. 그전까지는 '우리 다음 앨범 낼 수 있을까' 그 생각을 되게 많이 했던 것 같고, 사실 최근까지도 언제 갑자기 그만두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이제 좀 우리가 가수인 걸 완전히 받아들여가지고 직업같이 느끼지만, 회사를 만든 지 오래됐어도 이런 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좀 오래 걸렸다"라고 밝혔다.
"저희 대화 주제로 건강이 진짜 많이 나와요. 매년 건강검진 얘기하고요. 오래된 차일수록 자주 운전해 주고 엔진오일도 갈아야 하잖아요. 저희도 그런 얘기를 많이 하고, 결국 10년 20년 후에 건강한 상태냐 아니냐가 저희한텐 제일 중요한 거 같아요. 20년 후에 어떤 음악을 할 거야, 이거보단 당장 내년 내후년도 잘 안 그려지다 보니까… 작년은 에아오(AEAO)와 스모크 때문에 행복했고 즐거웠고 바빴고, 10집 발표 20주년 콘서트 준비한 게 있으니까 올해는 이거 열심히 하자! 하고 사는 거 같아요." (개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