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난 줄 알았던 대장동 개발 시행사인 성남의뜰과 성남시 사이 '송전탑 분쟁'이 최근 다시 소송전으로 비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권순일 전 대법관이 관여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송전탑 지중화 행정소송은 지난해 3월 성남의뜰 패소로 마무리됐지만, 이후 성남의뜰이 제출한 '지중화 이행 계획'을 두고 다시 마찰이 생긴 것이다.
1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환경부 산하 한강유역환경청(환경청)은 올해 1월 성남의뜰을 상대로 과태료 3천만원을 부과했다. 성남의뜰이 대장지구 북측 송전탑 지중화와 관련해 지난해 10월 환경청에 '이행 계획'을 제출했는데 이를 두고 양 기관의 해석이 엇갈렸기 때문이다.
환경청은 지중화 비용이나 구간, 이행 주체 등 주요 내용 중 상당 부분이 미비하다고 판단해 보완을 요구했다. 성남의뜰은 기존 제출한 계획에 문제가 없다며 맞섰다고 한다.
결국 성남의뜰은 보완 서류를 제출하지 않았고 환경청이 성남의뜰에 과태료를 부과했다. 그러자 성남의뜰은 "문제가 없다"는 태도로 이의를 제기했고, 환경청은 비송사건절차법과 질서위반행위규제법에 따라 3월 중순 소장을 수원지법 성남지원에 접수했다. 약 2년의 재판 끝에 마무리 국면이던 송전탑 분쟁이 다시 법정 싸움으로 번진 것이다.
대장동 송전탑 소송은 지난 2020년 성남시가 대장지구 북측 송전 선로를 땅에 묻는 지중화 계획 이행명령을 성남의뜰에 내리며 시작됐다. 성남의뜰은 2016년 송전탑 지중화 계획 등을 마련하겠다는 환경영향평가서를 환경청에 냈지만 이후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성남의뜰은 지중화 계획을 세우는 대신 법적 분쟁을 택했다. 2021년 1월 성남시를 상대로 수원지법에 이행조치명령 취소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이를 두고 성남의뜰이 수백억원에 달하는 지중화 비용을 내지 않기 위해 최대주주인 성남시를 상대로 소송을 벌였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 소송은 지난해 3월 대법원에서 성남의뜰 패소로 끝났다. 화천대유가 권 전 대법관을 고문으로 영입한 것은 소 제기 두 달 전인 2020년 11월이다. 권 전 대법관은 이후 2021년 9월까지 10개월 동안 총 1억5천만원의 자문료를 받았다.
검찰은 권 전 대법관이 변호사 등록 없이 이 소송에 도움을 줬다는 의혹을 수사 중이다. 다만 권 전 대법관은 관련 논란이 불거진 뒤 "알지 못하는 일이고 전혀 사실무근이다. 이런 식으로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에 심각한 유감"이라는 입장문을 내고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대장지구 입주민들은 망연자실한 상태다. 대장동 주민 박모씨는 "수천억원을 벌었는데 공사비 400억원을 아끼려고 몇년 동안 소송을 진행하더니 다시 소송으로 진행된다니 막막하다"며 "언제까지 6천세대가 넘는 주민들이 악몽 같은 고통 속에서 살아야 하는가. 전체 준공이 지연되면서 재산권도 계속 침해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대장지구 준공 예정일은 2020년 12월 31일에서 7차례나 연기된 후 지난해 6월에서야 부분 준공이 승인됐다. 전체 준공 승인은 송전탑 지중화 문제가 해결된 이후에야 가능하다는 것이 성남시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