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세바스찬 바흐가 1727년 작곡한 마태수난곡은 바로크 음악의 유산이자 교회음악의 정수로 꼽힌다. 십자가에 못 박힌 그리스도의 수난사를 3시간에 걸쳐 68곡으로 풀어낸다.
'고음악 스페셜리스트'로 꼽히는 자루스키는 최근 CBS노컷뉴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마태수난곡은 20년 전 몇 차례 공연했다. 더 성숙해진 목소리와 독일어에 대한 더 나은 경험으로 다시 노래할 수 있기를 오랫동안 꿈꿔왔다. 무대에 서는 저에게도 강렬한 영적 여정"이라고 설레는 마음을 드러냈다.
이번 공연은 FBO의 원전 연주(바로크 시대 악기와 연주법으로 연주)와 취리히 징-아카데미 합창단(스위스)·콜레기움 보칼레 서울(한국)의 합창이 어우러진다. 자루스키는 알토 아리아 '주여, 불쌍히 여기소서'를 부른다. 예수가 체포된 후 예수를 3번 부인한 베드로의 통한의 심정을 담은 곡으로 바이올린과의 오블리토(Obligato)가 일품이다.
"'주여, 불쌍히 여기소서'를 위해 6개월 이상 집중적으로 연습하고 있어요. 이 곡은 바이올린 솔로 연주와 성악가가 대화하는 형식이죠. 후회의 감정을 강렬하게 표현하고 극적인 면을 기악적으로 접근해야 해서 어렵습니다."
바흐의 교회음악에 대해서는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 바흐의 음악적 완벽함 앞에서 제 자신의 불완전함을 강하게 느낀다"며 "바흐는 성악가의 목소리를 오케스트라와 대화하는 악기처럼 다룬다. 그래서 다른 악기들의 파트도 잘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바흐의 마태수난곡이 작곡된 지 300년이 흐른 지금도 유효한 이유는 뭘까. 자루스키는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에 마태수난곡의 영성과 아름다운 음악을 느끼는 건 더 중요하다"며 "3시간 동안 앉아서 침묵을 지키며 혼란스러운 세상과 잠시 단절하는 것이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일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카운터테너는 음역대보다 노래하는 방식으로 정의해요. 저는 두성으로 노래하기 때문에 카운터테너죠. 카운터테너의 목소리에는 다양한 색채와 기술이 있어요. 메조소프라노와 비교하자면 제 목소리는 더 가볍고 연약하죠."
자루스키는 "제 목소리가 맑고 미묘해서 사람들은 제가 천사처럼 노래한다고 얘기한다. 좀 더 다양한 색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탄탄한 목소리를 가진 카운터테너가 느는 추세다. 한국인 카운터테너 중에서는 김강민, 정민호가 훌륭한 커리어를 쌓고 있다"고 말했다.
10세 때 바이올린 연주로 음악에 입문한 그는 카운터테너로서 고음악, 낭만주의 음악, 현대음악 레퍼토리를 두루 섭렵한 것은 물론 지휘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훌륭한 바이올리니스트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좌절했지만 노래를 시작한 후 더 많은 자유와 기쁨을 느꼈어요. 지휘자 역할을 하면서도 행복감을 느낍니다."
프라이부르크 바로크 오케스트라의 '마태수난곡' 공연은 5일 통영국제음악당, 7일 LG아트센터서울에서도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