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걷기" 열풍에 관련 사업 우후죽순…안전·효과는 '물음표'

부산 해운대구 올해만 맨발길 5곳 이상 추가 조성 추진
총선 앞두고 지역정치권 '맨발걷기' 사업 공약 내걸어
맨발길 난립 지적도…유행에 충분한 검토 없이 사업 추진
관리 예산·행정력 더 들어…의학적 효능도 입증 안 돼
지지체, 무비판적으로 따라가기보다 특색 사업 발굴해야

부산 해운대구 반여동 장산 일대 여가녹지에 조성된 황톳길. 부산 해운대구청 제공

지난해부터 전국적으로 맨발걷기(어싱, earthing) 열풍이 불면서 부산지역 지자체들도 앞 다퉈 맨발걷기 구역을 조성하는 등 관련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지자체마다 우후죽순격으로 맨발걷기 사업을 추진해 예산과 행정력 낭비라는 지적과 함께 안전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부산 지자체 앞 다퉈 '맨발 길' 조성…맨발걷기 열풍 탑승

부산 해운대구는 예산 10억 원을 투입해 최근 준공한 '반여 휴 여가녹지'에 세족장과 신발장 등이 포함된 150m 맨발 흙길·황톳길을 조성했다. 이곳을 시작으로 올해에만 대청공원 장산사 일원 황톳길 등 맨발길 5곳 이상을 시민들에 개방할 계획이다.
 
해운대해수욕장 송림 수국단지에도 길이 650m에 달하는 수국황톳길이 들어선다. 세족장 등 맨발걷기를 위한 시설을 갖춘 맨발길 조성에 예산 6억 원이 투입된다. 구는 올해 봄과 가을, 두 차례에 걸쳐 맨발걷기 대회를 개최하는 등 관련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해운대구 관계자는 "새롭게 맨발 길 조성할 곳을 발굴하는 등 앞으로도 관련 사업을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며 "해운대가 맨발걷기 '성지'라고 불리며 찾는 사람 많아 주민들로부터 관련 요청도 많다"고 말했다.
 
다른 지자체들도 경쟁하듯 맨발길 조성에 뛰어들면서 각 지역마다 맨발 길이 없는 곳을 찾아보기 힘들다. 부산진구, 강서구, 기장군 등 부산시 지자체 대부분이 제각기 맨발 길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지역 정치권에서도 맨발걷기 열풍에 발 맞춰 민심잡기 행보에 나서고 있다. 부산시의회는 지난달 '부산광역시 도시공원 등 맨발걷기 활성화 및 지원 조례'를 제정했다. 시 차원에서 맨발 보행로 조성과 정비 등 맨발걷기를 지원할 수 있도록 제도적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총선을 앞두고 남구와 연제구 등 지역에 내걸린 국회의원 후보의 공약 현수막에도 맨발걷기가 등장했다. 김희정 국민의힘 연제구 예비후보는 지역 개발의 세부 공약으로 '온천천 주변 맨발걷기 산책로 조성'을 내걸고 구민들에 표심 공략에 나섰다.
 

여기저기'우후죽순' 맨발길 난립…안전성·효과 등 논란도

 
땅뫼산 맨발 황토길. 부산관광공사 제공

부산 곳곳에 맨발길이 동시다발적으로 생기는 가운데 안전 관리와 효과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일반 산책로보다 안전 관리가 까다롭고 예산도 더 들기 때문에 주민들의 수요가 많다는 이유 만으로 지자체가 사업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추진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맨발길로 선호도가 높은 황톳길의 경우 일반 산책로와 달리 조성 후에도 주기적인 관리가 필요하고, 세족장도 함께 설치되어야 해 추가적인 예산이 발생한다.
 
또한 유리조각 등 날카로운 물체에 발을 다치는 등 안전사고의 위험성도 높아 이를 지속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행정력도 더 투입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해운대구 관계자는 "산책로는 조성하면 끝이지만 맨발길은 맨발로 걷다보니 다칠 수 있어 별도로 유지관리에 신경을 더 써야 한다"며 "특히 황톳길은 설치에도 더 많은 비용이 들고, 황토가 계속 유실돼 보충을 해줘야 해서 관리비용도 더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과학적으로 의학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건강증진 사업에 혈세가 쓰이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맨발걷기 단체에서 주장하는 접지를 통한 음이온의 효능은 과학적인 근거가 없는 가설에 불과해, 일반적 걷기와 효과가 비슷한 맨발 걷기를 위해 기존 산책로에 맨발길을 추가 조성하는 등의 사업은 예산 낭비라는 것이다.
 
또한 지자체에서 주민 수요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 유사한 사업을 추진하기보다 지역 특성에 맞는 건강 증진 사업을 발굴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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