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모 상병 순직사건 조사 과정에서 항명 등의 혐의로 기소된 박정훈(대령) 전 해병대 수사단장에 대한 3차 공판에서 피고의 선처를 희망하는 증언에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다.
이윤세(대령) 해병대 공보정훈실장은 21일 서울 용산구 중앙군사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검사와 변호인 측 신문에 장시간 응한 뒤 마무리 발언을 요청했다.
이 실장은 채 상병 순직사건에 대해 거듭 깊이 사과한 뒤, 박 대령에 대해서도 "후배 장교가 피고인석에 서있는 모습을 보면서 통탄을 금할 수 없고 제 마음도 굉장히 착잡하다"고 말했다.
이어 "재판장님께서 판단하실 문제지만 30여년 군 생활을 함께 한 선배 장교로서 박정훈 대령의 선처를 당부 드린다"며 증인 신문을 마쳤다.
방청석에선 해병전우회 회원들을 중심으로 박수로 화답했고 재판부는 특별히 제지하지 않았다.
회의 때 '이첩보류' 외에 '혐의자 변경'도 논의…朴 유리한 증언
붉은 색 티셔츠를 입고 방청한 해병전우회 회원 가운데 일부는 이날 오전 김화동 해병대 사령관 비서실장의 증인신문 때는 두 차례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김 실장은 박 대령이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으로부터 채 상병 사건 조사결과의 경찰 이첩을 보류하라는 명시적 지시를 받았음에도 이에 항명했다는 취지의 증언으로 일관했다.
반면 이 실장은 김계환 사령관이 이첩보류를 지시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박 대령에게도 결정적으로 유리할 수 있는 증언을 했다.
그는 지난해 7월 31일과 8월 1일 이틀 간 3차례 열린 해병대 사령부 회의에서 이첩보류 뿐만 아니라 처벌대상 혐의자 및 혐의 내용 변경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고 시인했다.
이는 박 대령이 피고인으로서 증인에게 직접 질문할 기회를 요청해 얻어낸 답변이었다.
박 대령은 '이첩 시기에 대한 논의 외에 혐의자나 혐의 내용을 뺐을 때 직권남용 등 법적인 문제가 발생한다고 제가 건의한 사실을 기억하느냐'는 취지로 물었다.
이에 이 실장은 "구체적 내용은 제가 모르지만 박 대령이 (그런) 건의한 사실은 있다"고 인정한 뒤 "(이첩) 시기 뿐 아니라 내용적인 측면도 건의한 부분이 있다"고 재확인했다.
"'사단장도 처벌받아야 되느냐'…그런 말 있었던 것은 사실"
이 실장은 특히 해병대 회의의 원인이 된 7월 30일 국방부 회의에 대해서도 의미있는 증언을 했다. 그는 김계환 사령관 및 박 대령과 함께 당시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주재한 회의에 참석해 채 상병 사건 조사결과 처리 방안을 보고했다.
박 대령은 당시 구체적 자리 배치 등을 설명하며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도 처벌 받아야 되느냐라는 질문을 할 만한 위치에 있는 사람은 국방부 장관 밖에 없지 않느냐'는 취지의 질문을 했다.
이 실장은 그게 정확히 누구의 말인지는 몰라도 그런 발언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며 검찰에서도 이미 진술했다고 답변했다.
이는 박 대령이 지난해 검찰 진술에서 당시 이종섭 장관이 조사결과 설명을 들은 뒤 "임 사단장도 처벌 받아야 하느냐"고 물었다고 주장했지만, 국방부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한 것과 배치된다.
소장 계급인 사단장의 처벌여부를 거론할 수 있는 사람은 장관일 가능성이 높고, 설령 장관의 발언이 아니었다고 해도 상급기관의 '외압'이라는 본질 측면에선 다를 게 없다는 점에서 거짓 해명이 될 수 있다.
아울러 박 대령에게 씌워진 항명과 상관명예훼손 죄명도 뿌리부터 흔들릴 가능성이 높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