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진행한 첫번째 주주와의 대화 자리에서도 반도체 실적 부진에 대한 질타와 실적 개선 방안에 대한 주주들의 요구가 이어졌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은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뒤흔든 HBM(고대역폭메모리)에 대한 경영 판단 착오를 인정하며 2~3년 안에 반도체 세계 1위 자리를 되찾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20일 경기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 제55기 주주총회에서는 반도체사업의 실적 부진 및 이에 대한 개선책을 요구하는 주주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주총 이후 삼성전자가 마련한 첫 주주와의 대화자리에서도 이런 목소리는 계속됐다.
삼성전자는 이날 주총 이후 DX(디바이스경험).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의 경영 현황과 2024년 사업 전략을 공유한 후 주주들에게 질문을 받고 경영진이 이를 답변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를 위해 한종희 EX부문장(부회장)은 물론 △경계현 DS부문장 △이정배 메모리 사업부장 △최시형 파운드리 사업부장 △박용인 S.LSI 사업부장 △송재혁 DS CTO △이영희 글로벌마케팅 실장 △전경훈 DX CTO △김용관 의료기기 사업부장 △용석우 VD 사업부장 △김우준 네트워크 사업부장 △노태문 MX 사업부장 △박학규 경영지원실장 등이 배석했다.
삼성전자의 사업전략 발표 후 첫 질문에 나선 한 주주는 "반도체 사업이 지지부진한 이유와 (실적 개선을)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 것인지, 올해는 괜찮아지는 것인지 답변해 달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경계현 부문장은 "업황의 다운턴도 있었지만 저희가 (이런 시장 상황 변화를) 준비하지 못한 이유도 있었다"며 "저희가 사업을 잘못한 것이 있는데 저희가 근원적인 경쟁력이 있었다면 시장 상황과 무관하게 사업을 좀 더 잘할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사업적으로 보면 올해 1월부터 흑자기조로 돌았다고 생각한다며 "1분기에 어느 정도 구도에 올라가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올해 잘 해서 내년부터는 훨씬 더 좋은 사업을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발언권을 얻은 주주 역시 "2022년 10월 경계현 본부장이 '인위적 감산이 없다'고 밝힌 후 반도체 가격이 급격하게 떨어졌는데 현재는 이른바 '치킨게임'을 통해서 시장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지적하며 "지난해 48조원의 설비투자를 하고도 적자를 낸 회사는 전 세계적으로 삼성전자 밖에 없다"고 꼬집기도 했다.
이에 대해 경계현 부문장은 "전 제품에 경쟁력 우위를 달성해 내년에는 좀 더 원활하게 사업을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지난해 부진한 실적에도 경영진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상황에 대한 힐난도 이어졌다.
한 주주는 "실적위주의 경영을 한 이병철 선대회장님이 이 자리에 계셨다면 앞에 있는 임원분들이 이 자리에 앉아있을 수 있었을지 궁금하다"며 "이렇게 망가진 실적을 보이고도 지난해와 동일하게 임원들이 자리에 앉아있는데 지금 있는 임원들이 이 자리를 빌어 사퇴할 생각은 없는지 묻고 싶다"고 직격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종희 부회장은 "주주님께서 말씀주신 내용을 잘 새겨듣겠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당사가 발전할 수 있도록 임직원 전체가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네덜란드 연기금을 운용하고 있는 한 자산운용사 역시 "삼성전자 인사의 핵심이 성과위주 원칙인데 이번 인사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싶다"고 요구했고 한 부회장은 "지난해 반도체 사업 실적 부진은 시황 악화가 주요 원인"이라고 진단하며 "현재 상황을 가장 잘 아는 경영진을 유임해 전환점을 마련하겠고, 올해 말 인사폭에 대해서는 말하기 이르지만 성과주의 인사원칙이 훼손되지 않도록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롤러블폰과 슬라이더블폰 든 새로운 폼팩트폰 출시 시점을 묻는 질문에 노태문 MX사업부장은 "다양한 폼팩트를 개발하고 있지만 새로운 폼팩트는 많은 소재와 부품을 비롯한 관련 특허 확보도 수반돼야 한다"며 "소비자에게 최대 밸류를 줄 수 있는 시점에 상용화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후에도 지난해 반도체 사업부의 경영 판단 문제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이에 대해 경계현 부문장은 "앞으로 다시는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주주와의 대화에 앞서 진행된 사업전략에서 경계현 부문장은 △메모리사업에서 판매 전제품의 경쟁력 우위 확보 △파운드리사업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사업구조 개선강화 △S.LSI사업에서 사업팀별 체계 정립을 통한 기술 및 사업 경쟁력 제고 △신사업 분야에서 다양한 이종집적 기술을 바탕으로 대응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며 "DS부문은 앞으로 2-3년 안에 세계 1위의 위치를 되찾겠다"고 밝혔다.
경 부문장은 "2024년은 삼성이 반도체 사업을 시작한 지 50년이 되는 해"라며 "본격 회복을 알리는 '재도약'과 DS의 '미래 반세기를 개막하는 성장의 한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DX부문은 모든 디바이스에 인공지능(AI)을 본격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한종희 부회장은 "스마트폰, 폴더블, 액세서리, 확장현실(XR) 등 모바일 제품 전반에 AI 적용을 확대하고 차세대 스크린 경험을 위해 AI 기반 화질·음질 고도화, 한 차원 높은 개인화된 콘텐츠 추천 등을 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