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 쉬워야 중장년층 고용 안정?

KDI "부당해고 판정 시 원직복직 아닌 '최대 24개월분 임금' 금전 보상이 적절"

KDI 한요셉 연구위원이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연구보고서 '중장년층 고용 불안정성 극복을 위한 노동시장 기능 회복 방안' 주요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KDI 제공

"해고가 지나치게 어려우면 채용도 감소하게 된다"

20일 한국개발연구원(KDI) 한요셉 연구위원이 발표한 연구보고서 '중장년층 고용 불안정성 극복을 위한 노동시장 기능 회복 방안'에 담긴 내용이다.

한요셉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중장년층 임금근로자 고용 불안정성은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남성은 50대부터 근속연수가 급격하게 단축되고 여성도 30대 중반 이후로 가뜩이나 남성보다 훨씬 짧은 근속연수가 더는 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면, 비정규직으로 볼 수 있는 1년 이하 근속자 비중은 남성은 40대 중반, 여성은 30대 중반 이후 증가하는 모습을 보인다.

남녀 모두 연령이 높아질수록 근속연수가 안정적으로 증가하고, 중년 이후 1년 이하 근속자 비중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미국과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는 설명이다.

한요셉 연구위원은 "중년 이후 나타나는 우리나라 임금근로자 고용 불안정성의 근본적 원인은 중장년층 근로자에 대한 정규직 노동수요 자체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그 이유로 한 연구위원은 먼저, 우리나라의 과도한 연공서열형 임금구조를 꼽았다.

근속연수가 10년에서 20년으로 증가할 때 평균적인 임금상승률은 우리나라가 15.1%로, 미국(9.6%)과 일본(11.1%) 등 비교 가능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8개 국가 중 가장 높았다.

"정규직 고용 보호, 정규직 채용 수요↓임시직 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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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연구위원은 "실증연구들은 연공서열에 따른 임금 상승이 가파를수록 기업들이 중장년 근로자 조기 퇴직을 유도하려는 경향이 증가함을 확인해 준다"고 전했다.

한 연구위원이 중년층 근로자 정규직 수요 부족의 또 다른 주요 이유로 든 게 바로 해고의 어려움이다.

"실직의 사회적 비용을 고려해 사용자가 해고를 가급적 피하도록 할 필요성은 있지만, 해고가 지나치게 어려우면 채용도 감소하게 된다"는 것이다.

한 연구위원은 역시 각국의 '실증연구'를 들어 "정규직 고용 보호가 정규직 채용 수요를 위축시키고 임시직 비중을 높임을 분명하게 확인해 준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중장년층 고용 불안정성 극복을 위한 방안으로 '정규직 임금 연공성 완화'와 '해고 과정 예측 가능성 제고' 등을 제시했다.

한 연구위원은 "대기업 및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정규직 임금의 연공성을 완화해 나가야 할 이유는 분명하다"며 "공공부문의 선도적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공공부문에서 경력 10년 등 생산성이 빠르게 증가하는 일정 기간 이후로 연공서열에 의한 임금 상승을 원칙적으로 제한하고 직무와 성과에 따른 임금 상승이 이뤄지게 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다.

해고 과정 예측 가능성 제고와 관련해서 한 연구위원은 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 판정 시 지금처럼 원직복직을 원칙으로 할 게 아니라 금전보상 해결 비중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법적 정년 연장, 청년 고용 감소 등 여러 부작용 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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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해고 판정 시 우리나라는 근로자만 금전보상을 신청할 수 있는데 대부분 OECD 국가처럼 사용자에게도 금전보상 신청을 허용하자는 것이다.

특히, 한 연구위원은 "외국 사례와 비슷하게 금전보상에 일정하게 상하한을 두는 게 적절하다"며 월평균임금 최소 4개월분과 최대 24개월분을 예시했다.

이에 따르면 사용자가 부당해고 판정을 받더라도 24개월분 임금만 주면 문제가 없게 되는 셈이다.

한 연구위원은 "금전보상 해결 비중을 높이면 채용 시 기대비용을 낮춰 정규직 고용 확대를 유도할 수 있다"고도 했다.

결국, 사용자가 근로자 해고를 지금보다 한층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하자는 주장으로 들린다.

한 연구위원은 "미국 노동시장은 해고가 자유로운 것으로 잘 알려져 있어 고용 불안정성이 매우 높을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 연구위원은 저출생 고령화 대응 방안으로 주요하게 거론되는 정년 연장에는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현재 노동시장 구조하에서 법적 정년을 연장하면 인력 활용 효율성 측면 효과성은 미미하고 여성 고령 인력 조기 퇴직과 청년 고용 감소 등 여러 차원의 부작용 초래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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