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르면 20일 2025학년도 '대학별 의대 정원 2천명 증원'의 배정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에 쐐기를 박는 구체적 배정이 이뤄진다면 의료계의 반발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대국민 담화를 통해 의대 증원 결정 배경과 의료 개혁 의지 등을 밝히고,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기자회견을 열어 의대별 정원 배정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정부가 2천명 증원분 중 80%를 비수도권 대학에 배정한다는 원칙을 세운 가운데 전국 40개 의대별 구체적인 배정 계획이 공개되는 것이다.
지난달 6일 정부가 '의대 입학정원 증원 규모'를 발표한 지 43일만에 의대 증원 절차가 일단락되는 셈이다. 전공의 이탈로 인한 의료 공백 등 사회적 혼란을 조기에 수습하기 위해, 의대 증원 배정 작업을 서두르는 것으로 풀이된다.
배정위원회, '닷새만에 마무리'…졸속 심의 우려
하지만 지난 15일 첫 배정위원회를 연 지 닷새만에 배정 작업이 마무리되면서 졸속 심의 우려가 일고 있다. 배정위는 교육부와 보건복지부가 함께 꾸렸지만, 위원 정보나 회의 시간·장소 등은 모두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다.
한국교원대 김성천 교육정책학과 교수는 "배정위원회에서는 대학이 양질의 교육을 시킬 수 있을 만큼의 준비가 돼 있는 지에 대해 세밀하게 살펴야 하고, 배정위 논의 과정들도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수요조사 당시 현장 점검을 벌인 만큼 이번에는 실사 과정을 생략하기로 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지난해 11월 의대 증원 규모를 도출하기 위해 실시한 수요조사 당시 일부 대학에서 부실 점검이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국의대교수협의회 교수 33명의 소송대리인이 공개한 설문조사 자료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의 의대 증원 수요 조사에서 경희대, 대구 가톨릭대, 조선대, 충남대, 한양대 의대 등 최소 5곳은 복지부의 현장 수요 조사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발표 시점도 의구심…"총선 앞둔 정치적 계산 아닌가"
더욱이 증원 배분 결과 발표 시점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일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의료계가 하나의 공통된 입장을 가져오기가 어려운 데다, 각 대학별로 빨리 배정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대학별 배정 규모 확정은 다음 달 중하순까지만 마무리하면 2025학년도 대입에 차질이 빚어지지는 않는 상황이다.
이후 의대 정원이 증원된 대학은 학칙을 변경한 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에 '2025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 변경신청서를 제출해 승인을 받아 5월 말까지 '2025학년도 모집요강'을 공개하면 된다.
송경원 녹색정의당 교육분야 정책위원은 "총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한창 지지율이 올라가다가 정체되고 있는 시점에서 발표하는 것은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의료계에서는 정원 배정 발표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것으로,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복귀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방재승 전국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장은 "만약 정부가 진짜 발표한다면 의대생과 전공의는 절대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므로, 그건 제발 정부가 안 해주기를 빈다"고 밝혔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김강현 대변인도 19일 브리핑에서 "만일 의대별 정원이 확정 발표된다면 돌아갈 수 있는 마지막 다리마저 끊어 버리는 파국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교수는 "의견 수렴 과정이나 조정 과정이 필요한데, 총선을 앞두고 의사소통 없이 발표가 되면 나중에 갈등이 수그러드는 게 아니라 더 증폭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수험생들의 혼란도 우려된다. 종로학원 임성호 대표는 "수험생 입장에서는 정부가 대학별 입학 정원을 발표하더라도, 갈등이 증폭되는 상황에서는 '정부 발표를 믿어도 되나'라는 불안심리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