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체육회, 야구협회 운영비 횡령 의혹 "일부 사실 확인"

경주시체육회 자료 요구에 야구협회 통장사본만 제출
입출금 내역 일일이 대조하며 조사…일부 의혹 사실로 확인
추가 조사 거쳐 횡령 의혹 등 수사기관 고발 방침

경주지역 야구동호인들이 야구협회의 비리 의혹에 관한 감사를 청구하고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독자 제공

경북 경주시야구협회가 지난 수년 간 최소 수천만 원 이상의 공금과 리그 운영비를 횡령했다는 의혹이 조금씩 사실로 밝혀지고 있다.
   
감사를 진행 중인 경주시체육회는 추가 확인작업을 거친 뒤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다.
   
경주지역 야구동호인 60여명은 지난 11일 경주시체육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주시야구소프트볼협회 비리 의혹에 관한 감사를 청구하고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협회가 지난 수년 간 야구동호인들이 낸 리그 운영비 수억원과 경주시 보조금 수억원을 부당한 방법으로 편취하거나 가로챘다는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경주지역 야구동호인들은 리그 운영과 대회 참가 등을 위해 매년 팀당 200~230만원의 회비를 모아 협회에 내고 있다. 경주지역에는 39개팀 천여 명의 야구동호인이 있어 동호인들이 협회에 내는 돈은 1억원 안팎에 달한다.
   
하지만 경주시체육회의 감사는 곧바로 난항에 부딪혔다.
   
야구협회에 운영비에 대한 회계 부기와 수입지출 결의서 제출을 요구했지만 입출금 내역만 적힌 통장사본만 전달했기 때문이다.
   
체육회 규정상 회비나 보조금 등은 임의로 돈을 지출하거나 비용처리 하는 것을 막기 위해 반드시 사용처와 사용내역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입출금 내역과 증빙서류를 첨부해야 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해임이나 영구제명 등의 징계처분을 취할 수 있고 위법성이 높다고 판단되면 수사기관에 고발조치한다.
   
이에 경주시체육회는 현재 통장사본을 바탕으로 회비 입금 내역과 출금 내역을 일일이 대조하며 문제점을 조사하고 있고, 일부 횡령 의혹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주지역 야구동호인들이 야구협회의 비리 의혹에 관한 감사를 청구하고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독자 제공

야구협회가 리그 운영비 1억여원 중 1200만원은 협회 전무이사 A씨의 판공비로 2100여만원은 총무의 급여로 지출한 사실도 파악했다.
   
개인 판공비가 리그 전체 운영비의 10%를 훌쩍 넘어 논란의 소지가 많고, 총무 급여는 세무서에 신고하지 않아 4대 보험 등은 가입되지 않았음에도 퇴직금과 상여까지 받은 것으로 확인한 것이다.
   
경주시체육회는 또 지난해 열린 시도대항전 전국대회 당시 경주 대표로 출전한 B팀이 우승해 3천만원의 상금을 받았지만 이 중 300만원이 야구협회 전무이사 A씨의 개인통장으로 넘어간 사실도 파악했다.
   
논란은 더욱 커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주시체육회는 아직 경주시가 매년 야구협회에 제공하는 3억원 안팎의 보조금은 살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주시 체육회 관계자는 "야구협회가 규정 위반을 알면서도 입출금 내역서 등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철저한 감사를 통해 문제가 확인되면 수사를 의뢰하는 등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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