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생의 사교육비 총액이 3년 연속 역대 최고를 기록한 가운데, 교육부는 내년 발표 때는 사교육비 총액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자사고와 특목고를 존치시키기로 하는가 하면, 학원 교습비에 대한 제대로 된 통계조차 확보하지 못하고 있어 실현될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교육부의 '2023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 지난해 초·중·고교생의 사교육비 총액은 27조1천억원으로 2022년에 비해 4.5% 증가하며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사교육비 총액은 2021년 23조4천억원, 2022년 26조원에 이어 3년 연속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더욱이 교육부는 사교육비 증가율을 소비자 물가 상승률 이내로 잡겠다고 했지만 실패했다. 지난해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3.6%였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전년 대비 사교육비 증가율이 2021년 21.0%, 2022년 10.8%, 지난해 4.5%로 둔화했다는 점을 애써 강조했다.
배동인 교육부 정책기획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목표를 달성 못한 것은 반성해야 할 부분이고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서도 "증가 추이를 봤을 때 상당 부분 내년쯤에는 반드시 감소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교육 대책이 지난해 6월에 발표됐고 사실상 정책들이 그 이후에 추진돼 가는 과정"이라며 "돌봄이라든가 고등학교 부분에 있어서는 현재 준비 중인 정책들이 올해 3월 이후에 본격 시행이 되는 것들이 많기 때문에 올해는 그 성과가 제대로 나올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초등학교 단계에서 늘봄학교를 정착시키고 중학교 단계에서 EBS 무료 콘텐츠를 강화하는 한편, 고등학교 단계에서는 수능의 공정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계속 추진해 사교육비 증가세를 잡겠다는 것이다.
진학 때 사교육비 많이 드는 '자사고·외고·국제고' 존치…정책 엇박자
하지만 자사고와 특목고인 외고‧국제고를 존치시키기로 하는 등 정책이 엇박자를 내고 있고, 학원 교습비에 대한 제대로 된 통계조차 구축하지 못하고 있어, 사교육비 절감 계획이 제대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미지수다.현 정부는 지난 1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해 자사고‧외고‧국제고를 운영할 수 있는 근거를 유지시켰다. 문재인 정부 시절에, 자사고‧외고‧국제고를 2025학년도에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기로 한 방침을 뒤집은 것이다.
녹색정의당 송경원 교육분야 정책위원은 "자사고‧외고‧국제고를 존치시키기로 한 것은 사교육비를 줄이겠다는 정부 정책과 상충된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된 '2023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보면, 일반고 진학을 희망하는 중학생의 경우 월 평균 사교육비가 42만7천원인데 비해, 자사고는 74만8천원, 외고·국제고는 64만6천원으로 각각 75.2%, 51.3% 많았다.
"교육부, '학원 교습비 단가' 전국적 데이터 구축조차 안 해""
교육부는 더욱이 전국의 사교육비 증감 추이를 파악할 수 있는 가장 기초적인 데이터라 할 수 있는 '학원 교습비 단가'에 대한 데이터를 구축하지 않고 있다.
학원 교습비 단가 조정을 177개 교육지원청에만 맡긴 채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학원 교습비 분당 단가 상한액은 공인회계사와 학부모, 학원운영자 등으로 구성된 '교습비 등 조정위원회' 위원(7명~11명)이 임대료 등 여러 지표를 참조해 정하게 된다.
통계가 구축될 경우 지역별 교습비 단가 비교는 물론 연도별 교습비 인상률 추이를 쉽게 파악할 수 있는데도 말이다. 사교육 경감 대책을 외치고는 있지만 사실상 방치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2025학년도에는 의대 정원 2천명 증원이 이뤄지는 만큼, 사교육비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종로학원 임성호 대표는 "2025학년도 의대 모집 정원 증원 이슈가 올해 본격화한 만큼, 사교육비가 감소하기보다는 증가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