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킁킁, 실종된 손자를 찾아라!"…우리 동네 '반려견 순찰대'[댕댕냥냥]

[반려견 순찰대가 간다①]
서울시 자치경찰위원회 특수시책 1호 사업 '반려견 순찰대'
동네 골목 '곳곳' 누벼라…치안 사각지대 채우는 감동 사연
'낮은 시각'에서 인간과 더불어 살아가는 강아지들 이야기

반려견 순찰대. 서울시 제공

▶ 글 싣는 순서
①"킁킁, 실종된 손자를 찾아라!"…우리 동네 '반려견 순찰대'
(계속)

반려동물 인구 1500만 시대. 동물과 인간이 더불어 살아가는 터는 소중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삶의 터전에는 빛과 어둠이 공존하곤 하는데요. 여기 으슥한 골목에 따뜻한 등불을 밝히는 사람과 그 친구들이 있습니다. 우리 동네 곳곳을 지키는 '반려견 순찰대' 이야기입니다.

이들은 반려견과 견주가 한 팀이 돼 산책을 하면서 우리 동네 범죄·생활위험 요소를 살피고 신고하는 지역 안전지킴이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고 합니다. '반려견 순찰대'와 함께 동행하면서 골목 치안 사각지대를 채워볼까요?

'반려견 순찰대'는 2021년 7월부터 시행된 서울시 자치경찰위원회 특수시책 1호 사업으로, 반려견의 산책 활동과 방범 활동을 접목한 주민참여 프로그램입니다. 시민들은 반려견과 함께 자유롭게 산책하면서 동네 곳곳의 위험요소를 살피는 순찰대 역할을 꾸준히 해오고 있는데요. 앞서 해당 사업은 2022년 5월 서울 강동구에서 시범운영을 시작해 9개 자치구로 확대됐습니다. 이어 지난해부터 서울시내 25개 자치구로 규모를 늘려 운영되고 있습니다.  

반려견 순찰대 사업을 처음 건의한 서울시 자치경찰위원회 강민준 경위는 15일 CBS노컷뉴스에 "기존 자율방범대나 녹색어머니회 활동은 집합적 요소가 장벽으로 작용됐었다"고 말하면서 "'반려견 순찰대'는 언제 어디서나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누구나 쉽게 협력 치안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취지를 밝혔습니다.


"내가 찾아줄개!"…'실종' 발달 장애인, 손자 가족 품으로


'반려견 순찰대' 오이지 대원. 서울시 제공

반려견 순찰대의 활약은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지난 2022년 9개 자치구에서 284개 순찰팀이 활동하면서 총 1834건의 신고를 했습니다. 지난해 8개월의 활동 기간에는 범죄 예방(112) 신고 331건, 생활위험 관련(120) 신고 2163건 등을 기록하면서 동네 안전 확보에 실질적으로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지난해 5월 평소 둘레길을 자주 순찰하는 오이지팀(반려견주 김경덕·반려견 오이지)은 금천구 호암산에서 실의에 빠진 할머니를 발견하고 발길을 멈췄다고 합니다. 알고 보니 할머니는 손자를 잃어버려 40분이 넘게 홀로 찾아다니던 중이었는데요. 오이지팀은 즉시 경찰에 신고한 뒤 할머니와 함께 손자를 찾아 나섰고, 수색 20분 만에 인근 연못에서 아이를 찾았습니다.

서울에는 오이지 대원 포함 총 1011마리의 반려견들이 순찰 대원으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오이지 대원은 반려견 순찰대 1기로 613회 순찰에 나섰고, 폭행·마약 투약 의심 현장부터 폐기물 무단 투기 사례까지 신고 건수만 122건에 달합니다.

'반려견 순찰대' 쿠로 대원. 서울시 제공

쿠로 대원의 활약도 대단했습니다. 쿠로팀(반려견주 전형준·반려견 쿠로)은 지난해 5월 강동구 성내동에서 야간 순찰 중 길에 쓰러져 있는 남성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경찰 확인 결과 전날 실종 신고된 발달장애 남성이었는데요.

이 남성은 가족에게 연락할 수단이 없어 거리를 배회하다 다리를 다쳐 길가에 쓰러져 앉아 있었습니다. 당시 계속된 비와 강풍으로 제법 쌀쌀해진 날씨 때문에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던 상황이었지만, 쿠로 대원의 활약으로 실종자는 가족을 만나 무사히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서울시 자치경찰위원회는 길 잃은 발달장애인을 발견해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낸 반려견 순찰대 쿠로팀에 유공 표창을 수여하기도 했습니다.

강 경위는 "반려견 순찰대가 동네 지역 사정이 밝은 주민들로 구성된 만큼 누구보다 빨리 도움이 필요한 상황을 발견하고 해결할 수 있었다"면서 "여러 대원들의 활약상은 반려견 순찰대 시행 목적과 부합하는 협력 치안활동에 좋은 사례가 됐다"고 전했습니다.

시민들의 봉사심, '반려견 순찰대' 원동력이 되다


반려견 순찰대가 처음부터 환영받았던 건 아닙니다. 시범 운영 당시 우려의 소리도 많았지만, 어려움을 극복하고 개선하는 과정이 있어야 해당 사업이 지속될 수 있다고 강 경위는 믿고 있습니다.

그는 "일상적인 반려견 산책 및 방범순찰을 통한 시민들의 봉사심은 순찰대가 지속될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면서 "현재 우리나라 반려동물 양육 인구가 1500만 시대임을 고려해 앞으로도 동물과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을 발굴할 계획"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2024 서울 반려견 순찰대'는 15일부터 내달 11일까지 서울시 내 동물등록 반려인(미성년자 신청 불가·맹견 신청불가)들을 모집합니다. 모든 반려견이 순찰대의 일원이 될 수는 없습니다. 1차 서류 심사를 통과하더라도 2차 실기의 벽을 넘어야 합니다.

심사 요소에는 △"앉아, 이리 와, 기다려" 등 반려견이 주인의 지시에 잘 반응하는지 △물림 사고 등 안전 예방을 위한 엄격한 기준 아래 주인을 따라 잘 걷는지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외부 자극 반응 확인 등이 반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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