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에서 과일을 사려다 가격을 보고 깜짝 놀란 게 벌써 몇 달 전이다.
설 대목이 지나면 값이 떨어질 거란 예상은 빗나갔고 여전히 고공 행진 중이다.
사과 한알에 5~6천원을 호가하다보니 사과 한알이 점심 값만큼 비싸다는 게 그리 과한 얘기도 아니다.
사과 가격은 1년 전보다 71%, 배는 61.1%나 올랐다.
지난 1월에 2% 대로 잠깐 주춤했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2월 다시 3%대로 뛰어 오른 주된 원인도 과일과 채소 가격 때문이란 게 정부 설명이다.
사과의 경우 기상이변으로 인한 냉해와 장마, 폭염에다, 재배 면적까지 크게 줄면서 지난해 연간 생산량이 40만톤에도 미치지 못했다.
국내 사과 생산량이 연평균 약 50만 톤을 상회해온 걸 감안하면 사과 값이 치솟는 건 당연한 결과이다.
그렇지만 까다로운 검역 절차에 막혀 당장 수입산 사과를 들여오기도 어렵고, 저장 물량도 한계가 있다보니 뾰죽한 해결 방안도 없다.
농림축산 식품부는 농 축산물 가격 안정을 위해 납품 단가를 지원하고 수입 등을 통해 대체 과일 공급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오죽하면 장관도 '햇사과가 나올 때까지 가격이 안정되긴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2년 전 쯤 '꿀벌들이 사라졌다'는 기사를 흥미진진하게 읽던 때를 떠올려보자.
사과 값이 심각하게 오르기 전, 우리는 꿀벌 집단 실종과 벌통 가격 폭등을 먼저 경험했다.
꽃들 사이를 날아다니며 꽃가루를 옮겨줘야 할 작고 앙증맞은 꿀벌들이 최근 2년간 국내에서 만 수백억마리씩 집단으로 매년 사라졌다.
꿀벌 집단 실종이 당장 과수 농가에 직격탄을 안길 것이고 생산량도 줄어 농산물 값 급등으로 인한 물가상승 즉 '애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거란 우려는 이미 그 때부터 나왔다.
수박은 수분 즉, 꽃가루 받이에 꿀벌 의존도가 90%를 넘고 요즘 금사과로 불리는 사과도 꿀벌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꿀벌이 사라져 사람이 일일이 손으로 꽃가루 받이를 하다 보면 효율은 떨어지는 반면 비용은 더 높아 질게 자명하다.
꿀과 꽃가루를 채집하러 나간 일벌들이 둥지로 돌아오지 못해 결국 꿀과 꽃가루 부족으로 꿀벌 군집이 동시 다발적으로 붕괴되는 현상, 꿀벌 군집 붕괴현상(CCD·Colony Collapse Disorder)은 전 세계적으로 2000년대 중반부터 보고됐다.
2006년 미국에서 동부와 서부 해안을 중심으로 꿀벌의 절반 이상이 사라졌고 이후 유럽 등 세계 곳곳에서 매년 30~40%의 꿀벌이 사라졌다.
머잖아 꿀벌이 지구 상에서 사라질 거란 경고까지 나왔다.
2014년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 직속으로 전문가 자문 회의까지 소집했다.
꿀벌 집단실종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기후변화와 지구 온난화, 대기 오염, 바이러스나 곰팡이가 원인으로 꼽히기도 했고, 전자파와 농약도 주요 가설 중 하나이다.
심각한 건 꿀벌 집단실종에 이어지는 농산물 가격 폭등현상이다.
미국에서 꿀벌 집단 실종이 확인 된 뒤 전세계 농산물 가격이 기록적인 폭등세를 보였다.
우리나라에선 수년 전 전남 해남군과 제주도 등지에서 처음 관측된 뒤 수도권으로 까지 빠르게 확산돼왔기 때문에 과일 재배 농가들은 올해도 비상이다.
국내에서 꿀벌 집단 실종이 확인된 지 3년 째…
기후 위기는 꽃가루 위기이고 꽃가루 위기는 곧 농산물과 식량 위기란 우려와 경고가 우리에게도 현실로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