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현수막 가려서?' 부산 강서구 가로수 정비 작업 논란

부산 강서구청, 특정 건물 앞 화단 수목 가로수 전정 작업
작업 다음 날 건물에 지역 국회의원 총선 현수막 내걸려
지역 정치권 "특정 후보 현수막 노출 위해 행정력 동원한 것" 비판
업계 관계자 "멀쩡한 굵은 가지도 무리하게 잘라낸 것으로 보여"
강서구청 "오래전부터 민원 제기돼 작업한 것…현수막과 무관"

부산 강서구의 한 건물 외벽에 걸린 김도읍 의원의 현수막 앞으로 가로수들의 굵은 가지가 잘린 모습. 독자 제공

부산 강서구청이 총선에 출마한 특정 후보자 현수막 게시를 앞두고 행정력을 동원해 무리하게 가로수를 정비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뒷말이 이어진다.

12일 지역 정치권과 강서구청 등에 따르면 구청은 지난 7일 기간제 근로자들을 투입해 강서구 명지동의 한 건물 앞 도로에 있는 나무 5그루의 가지를 정리하는 '전정' 작업을 진행했다.

구청이 가지를 잘라낸 다음 날, 해당 건물에는 제22대 총선에 출마한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의 대형 현수막이 내걸렸다.

이를 두고 더불어민주당 지역 관계자 사이에서는 강서구청이 김 의원 현수막 노출을 위해 행정력을 동원해 가지를 정리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해당 건물 앞 도로를 지나는 차량에서 볼 때 가로수 가지가 현수막을 가리기 때문에 이를 미리 정리한 게 아니냐는 주장이다.

더불어민주당 박상준 강서구의원은 "나무 자체가 크지 않고, 주변에 가릴 만한 구조물이나 가게 간판이 없기 때문에 이렇게 자를 이유가 전혀 없다"며 "현수막이 잘 보이도록 미리 정리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수막 앞 가로수들이 잔가지를 정리하는 일반적인 가지치기와 달리 굵은 가지가 잘린 모습. 독자 제공

당시 강서구청은 다른 가로수는 두고 유독 해당 건물 앞에 심어진 수목에 대해서만 전정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정비 작업이 끝난 가로수 모습은 잔가지가 아닌 굵은 가지가 밑동까지 모두 잘려 나가는 등 일반적인 모습과는 달라 의혹에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가지가 잘려 나간 가로수 모습을 확인한 한 조경업계 관계자는 "잔가지가 아닌 멀쩡한 굵은 가지도 잘라내 나무 수형과 생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정도로 무리한 전정으로 보인다"며 "가지를 자른 뒤 약품 처리도 하지 않았다면 오히려 잘라낸 가지가 썩어 더 큰 문제가 될 가능성도 있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강서구청은 가로수 가지가 건물을 가린다는 민원이 여러 차례 들어와 작업을 한 것뿐이라며 각종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강서구청 관계자는 "2~3월은 가지치기 작업 시기인 데다, 건물을 가린다는 민원이 계속 들어와 작업하게 된 것"이라며 "보통은 속가지 정도만 작업을 하지만 가지가 건물을 가리니 더 많이 잘라달라는 요청이 있어서 작업을 진행한 것 뿐"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의혹을 제기한 민주당 측은 해당 건물 간판이 꼭대기에 있어 가로수가 전혀 가릴 것이 없다며 구청에서 목적이 있는 민원을 수용해선 안 된다고 반발했다.
 
박상준 강서구의원은 "구청에서 가지치기 이유로 든 민원 자체가 선거용 현수막을 가리지 않도록 가지를 정리해 달라는 요청으로 보인다"며 "(정치적) 의도가 있는 민원을 구청에서 받아들여 즉시 조치했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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