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의 방재승 비대위원장은 정부가 이달 내 2천 명이 늘어난 의대정원 배정을 확정할 경우, 그때는 정말 '파국'을 막을 수 없을 거라고 경고했다.
방 비대위원장은 1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그렇게 되면) 전국 의대생들의 유급이 다 확정"이라며 "이런 식의 정부 정책에 전공의들이 복귀할 가능성이 절대 없기 때문에 소위 '빅5', 대형병원부터 먼저 파산하고 줄도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몇 달 안에 수십 년간 쌓아온 우리 한국 의료체계의 우수성이 다 무너지게 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앞서 서울의대 교수협의회 비대위는 전날 서울대 연건캠퍼스, 분당서울대병원, 보라매병원에서 긴급총회를 연 뒤 "정부가 적극적으로 (사태 해결을 위한) 합리적 방안 도출에 나서지 않으면, 18일을 기점으로 자발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사직서 제출은 비대위 차원의 행동지침이라기보다 '개별적 결정'임을 분명히 했지만, 총회에 참석한 교수 430명 전원이 사직에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방 위원장은 "사직서를 18일부터 제출한다면 저희가 비대위에서 (교수들에게) 사직을 강요할 수는 없다"며 "18일까지 (의료계와 정부 간) 어떤 협의체가 구성되지 않으면 각 교수님들이 개별적으로 사직하는 것을 결의한 것이고, 실제로 어느 정도가 될지는 가봐야 알 것"이라고 밝혔다.
또 서울대 의대뿐 아니라 타 대학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방 위원장은 "전국 의과대학 중 저희처럼 비대위가 구성된 곳은 일단 지금까지 알아본 바로는 14대 대학이다. 비대위가 있는 대학들은 지금 (카카오톡 등에) 같이 모여 있다"며 "오늘(12일) 저녁에 줌(ZOOM) 회의를 통해 향후 플랜을 어떻게 할 것인지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렇다고 단체적으로 행동을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14개 대학 비대위 선생님(교수)들이 다 의견을 모아서 사직을 같이 결의하실 분들은 하시는 거고, 거기에 반대하시는 분들은 이제 빠지시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방 위원장은 교수들의 경우, 명목상 피수련생인 전공의들과 달리 '필수의료 인력'인 만큼 사직 후 업무개시명령 불복에 대한 '페널티'도 훨씬 크다고 밝혔다.
이어 "어떤 행정처분을 받을 때 (그 수위가) 굉장히 강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실제로 그 처분, 명령이 떨어졌을 때 굉장히 두려움을 느끼는 교수님도 많으실 것"이라며 "(그럼에도) 오죽하면 교수들이 이렇게 할까 싶다"고 말했다.
아울러 서울의대도 정상적인 학사 운영이 되지 않고 있다며, "학생(의대생) 대표도 어제 만나봤지만, 이번 사태가 본인들이 원하는 쪽으로 해결되지 않으면 한국 의료에서 자신들의 미래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냥 유급하겠다는 반응들이 많다"고 전했다.
때문에 정부의 당부대로 교수들이 '의사의 본분은 환자를 지키는 것'이라 호소한다고, 전공의 등이 돌아오리라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어떤 대의명분보다는 본인의 소신이 중요한 'MZ 세대'의 영향도 있는 것 같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서울의대 교수협의회가 조건으로 내세운 '정부의 진정성'을 확인할 지표로는 증원 규모를 '무조건 2천'으로 못박지 않는 열린 태도를 꼽았다.
방 위원장은 "(늘어날) 의사 수를 정하지 말고 '증원 가능하다, 그리고 대화협의체 구성에 동의하자'고 정부가 나오고 대한의사협회도 (정책) 전면 재검토가 아니라 증원 가능 등에 합의를 해주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것에만 합의해주면 의대생과 전공의들은 '대화협의체 구성 동의'라는 그 문장만 갖고도 병원에 복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건 없는 대화'에 응할 수도 있지 않냐는 질문에는 "정부 쪽에서 들어주지 않는다. 의사가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정부 쪽에서 2천 명을 딱 못 박으니 아무것도 대화가 되지 않는다. 칼자루를 쥐고 있는 것은 정부지, 의사 단체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의대 증원안이 포함된 필수의료 정책패키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재원을 활용하고 공공의료기관을 몇 퍼센트까지 늘릴 건지 등에 대한 대안이 없다"며 "2000년 의료 파업 때도, 2020년 때도, 협의체를 꾸리자고 해서 (막상) 들어가면 나중에 기획재정부 쪽에서 '미안하다. 재원이 없어서 도저히 할 수 없다'(고 한 경우가 많았다)"고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