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학교 의과대학과 부산대병원 교수진이 호소문을 발표하고 정부에 조건 없는 대화를 촉구하는 등 의대 정원 확대 반대 움직임에 본격적으로 힘을 싣고 있다. 한편 전공의 파업의 직격탄을 맞은 부산대학교병원이 결국 비상 경영을 선언하는 등 의료 기관의 위기가 현실화하는 모습이다.
부산대 의과대학 교수협의회와 부산대병원 교수회, 양산부산대병원 교수회는 11일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지침과 학교 측의 증원 시도에 반대하는 내용의 호소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대정부 호소문에서 "2천 명의 의과대학 증원에 대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근거가 부족한 것은 이미 밝혀졌다"며 "수도권에 6600병상이 증가하는 시점에서 당장 시급한 문제인 지역 필수 의료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한 해답은 없는 상태"라고 비판했다.
현재 정부의 증원 계획의 근거가 된 연구보고서의 저자들 또한 매년 2천 명 증원에 대해 언급한 적이 없으며, 무모한 증원으로 사회적 파장이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는 게 교수 측 주장이다.
이어 "답을 정해놓은 대화가 아닌 필수 의료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대화에 나서야 할 때"라고 호소했다.
특히 교수협의회는 정부가 원점에서 증원에 대한 합리적 대화에 나선다면 전공의들과 학생들이 돌아올 수 있도록 설득하고 증원에 대한 논의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전공의들도 돌아와 환자를 진료하고 싶어 하지만 정부에서 증원 계획에 대해 바꿀 생각이 없다고 못 박고 있어 어쩔 수 없는 상황"며 "무조건 증원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 대화와 과학적 근거를 통해 증원이 필요하다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 정부의 강경한 기조에 대해 "정부가 조건 없는 대화에 나서지 않고, 실제로 전공의들에 대한 사법처리나 학생들의 대거 유급이 현실화될 경우 의대 교수들도 단체 사직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의대정원을 2배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차정인 부산대 총장에 대해서는 "학내 구성원의 의견 수렴 없이 의대 정원을 확대하겠다고 정부에 보고한 것에 대해 사과하고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부산대병원은 수술 건수가 급감하고 병상 가동률도 절반 이하로 떨어지자 최근 비상 경영 체제를 선언했다. 현재 부서별 경비를 30%가량 삭감하고 새로운 사업이나 장비 구매 등을 유예한 상태다.
정성운 병원장은 지난 8일 내부 게시판에 '부산대병원 임직원께 드리는 글'을 올리며 위기 극복을 위해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정 원장은 "전공의 진료 공백으로 각자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임직원의 헌신에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최근 현실적인 문제로 비상 경영 상황까지 맞게 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숱한 어려움에도 지역의 중증, 필수 의료 중심이라는 자부심 아래 현명하게 이겨냈던 우리 모습을 떠올리며 지혜와 힘을 조금만 더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부산에서 가장 많은 전공의가 근무하던 부산대병원은 전체 전공의의 87%에 달하는 216명이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해 사직서를 제출하고 의료 현장을 떠났다. 이번 달 출근 예정이던 전임의도 27명 중에 22명이 임명을 포기해 심각한 의료진 부족 사태를 겪고 있다.
이밖에 동아대병원과 고신대병원, 인제대백병원 등 대부분 수련 병원 역시 의료진 부족으로 진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전공의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병원 운영 위기는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