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전시는 1980년대 초기작부터 근작에 이르는 조각 작품과 아카이브까지 200여 점을 선보인다. '물확' '새' '인물상' 등 시리즈 작품을 통해 최소한의 조형 언어로 가장 한국적인 조각을 만들어 온 작가의 작품 활동 전반을 살펴볼 수 있다.
'물확'은 과거 주춧돌이나 바닥돌로 쓰이다 버려진 돌덩이를 파내어 쓰임을 더한 작품이다. 작가는 여기에 맑은 물과 이끼, 풀 등을 더해 쓰임이 다한 돌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고 과거와 현재, 자연과 인간이 끊임없이 소통하고 교차하는 모습을 재현했다. 이러한 작업 과정은 작가가 말하는 '귀허'(歸虛·욕심과 번뇌를 버린 텅 빈 상태)의 개념과 맞닿아 있다.
'새' 연작은 노동자의 땀과 인고의 시간이 배어 있는 무쇠 도구와 연장으로 아름답게 비상하는 새의 모습을 탄생시켰다. 절제된 언어를 통해 함축적으로 표현된 '새' 연작은 쓰임의 기물이 작가를 만나 생명력을 얻고 해방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작가는 1990년대 이후 호미나 가위, 숟가락, 연탄 집게 등 쇠붙이 같은 생활 용품으로 새와 호랑이 등 여러 동물 형상 조각을 제작했다.
작가는 서울대 조소과를 졸업하고 이탈리아 로마 예술원과 시립 장식미술학교에서 수학했다. 이후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를 마쳤다. 13년간 로마에서 고전적 방식의 인체 조각을 공부하며 인체 조각에 대해 깊게 이해하게 됐고 한국적 조각 작품도 연구하기 시작했다. 유학을 갔다온 후에는 서양에서 체득한 조형 언어를 과감히 털어내고 담백하고 간결한 철학을 담아 자신만의 새로운 조형언어를 만들어 냈다.
서울옥션 관계자는 "이영학은 한국 현대조각을 대표하는 작가이지만 1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우리가 잊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최소한의 조형언어로 자연과 인간의 본질을 담아내는 작가의 작업을 통해 과거와 현재, 자연과 인간이 교감하고 소통하는 '고요의 정원'을 직접 체험하시기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