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영그룹이 제기한 기업 출산지원금 세제 지원 문제에 대한 답을 내놓았다.
애초 예상을 크게 뛰어넘는 내용이다.
'어떤 형태든 직원이 기업에서 받은 금품은 근로소득'이라는 입장인 기획재정부는 지난 5일 "기업이 직원들에게 지급하는 출산지원금은 전액 근로소득세를 비과세하겠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이와 관련해 오는 9월 정기국회에 소득세법 개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현행 소득세법에 따르면 6세 이하 자녀 출산 및 양육지원금은 월 20만 원, 연간 240만 원 한도로 근소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그런데 정부는 출산지원금은 비과세 한도를 없애기로 했다.
부영그룹 사례처럼 1억 원이든, 그 이상이든 액수와 관계없이 출산지원금에는 소득세를 단 한 푼도 물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자녀 수와 금액 제한 없이 출산지원금 비과세
6세 이하 자녀 양육지원금 비과세 한도는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되는데 출산지원금을 양육지원금과 구별하기 위해 지원 기간을 '출산 후 2년 이내'로 제한했다.
출산지원금은 자녀당 두 차례까지 지급할 수 있고, 지원 자녀 수에는 제한이 없다.
지원 자녀 수와 액수가 무제한인, 그야말로 파격적인 세제 혜택이다.
기업 자율로 지급되는 근로소득을 금액에 제한 없이 전액 비과세한 사례는 이전까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기재부 정정훈 세제실장은 출산지원금 비과세에 액수 제한을 두지 않은 이유와 관련해 "우리 사회 최대 현안인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최대한 파격적인 지원을 하겠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파격적인 출산지원금 세제 혜택을 지원 여력이 큰 일부 기업 직원들만 누릴 것이라는 지적에는 정정훈 실장도 "주로 여력이 있는 기업들이 지원을 할 것"이라고 수긍했다.
그러면서 정 실장은 "그런 우려 때문에 지원을 안 하면 저출생 문제 해결이라는 더 큰 목적을 달성하는 데 과연 바람직한가에 대한 고민이 컸다"고 덧붙였다.
세제 지원 내세워 기업에 정부 역할 떠넘기나
기업의 파격적인 출산지원금 지급에 정상 과세를 하면 실효성이 대폭 감소하는 만큼 그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전액 비과세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정 실장은 "이번 출산지원금 세제 지원이 사회 전반적인 문화를 조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도 했다.
기업들의 출산지원금 대폭 확대를 기대하는 발언으로 들린다.
출산지원금이 근로소득으로 간주됨에 따라 기업은 지원금의 20% 정도를 법인세에서 감면받을 수 있지만, 출산지원금을 지급하지 않을 때와 비교하면 지원금 확대 유인은 커 보이지 않는다.
'저출생으로 인한 국가 소멸 위기'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파격적으로' 수행해야 할 재정 역할을 세제 지원을 내세워 기업에 떠넘기려 한다는 비판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편, 정부는 "이번 출산지원금 세제 혜택이 편법 증여 등으로 악용되는 걸 막기 위한 장치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지배주주나 사업주의 '특수관계인'은 세제 혜택 대상에서 제외하고, 기업이 직원 본인이 아닌 자녀 계좌에 출산지원금을 지급하면 증여로 간주해 증여세를 부과하는 내용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