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원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되면서 수사 주체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공수처 관계자는 5일 "수사팀도 임명(사실)을 전날 보도를 보고 알았다"며 "현재까지 수사는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 수사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여러 가지 조처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 장관은 지난해 집중호우 실종자를 수색하다 순직한 해병대 채모 상병 사망 사건과 관련해 해병대 수사단의 결과를 최종 결재하고 하루 만에 번복해 수사 외압 의혹을 받았다. 그는 이 사건으로 공수처에 고발된 뒤 야권의 탄핵 소추 압박을 받다가 지난해 10월 장관 직에서 물러났다.
공수처는 지난해 8월 고발장 접수 후 넉 달여 만인 지난 1월 김계환 해병대사령관,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 박진희 전 군사보좌관 등을 압수수색했다. 공수처는 의혹의 핵심으로 지목된 이 장관에 대해선 아직 압수수색이나 소환 조사 등을 진행하지 않은 상태다.
그런데 갑자기 이 전 장관이 호주대사로 임명되면서 해외로 출국하는 등 수사에 차질이 생길 우려가 커진 것이다. 공수처는 이 전 장관을 출국 전 조사하거나 출국 이후라도 조사가 필요하면 절차대로 조사를 진행하기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한다.
일각에서는 이 전 장관을 출국금지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실현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관계자는 "아무리 고발이 됐더라도 국가를 대표해 공무로 정식 인사 발령이 난 부분은 (수사 과정에서) 고려할 중요한 요소"라면서 "고위공직자를 잡범처럼 대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한편 공수처는 차기 공수처장 인선 과정에서 지원 업무를 충실히 지원하기 위해 청문회 준비단 등 구성을 마쳤다고 밝혔다. 공수처 관계자는 "이형석 기획조정관을 중심으로 40명 안팎 규모의 준비단을 구성해 실무 작업에 착수했다. 공수처 전체 가용 인력의 3분의 1 정도에 해당한다"고 했다.
앞서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달 29일 8차 회의에서 검사 출신 이명순 변호사(사법연수원 22기)와 판사 출신 오동운 변호사(27기) 두 명을 공수처장 후보로 결정하고 추천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후보자 지명 이후 국회 인사청문회까지 통과하면 신임 공수처장이 최종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