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의까지 현장 이탈…신학기에 의료 공백 더 심화

부산대병원, 신임 전임의 27명 중 22명 임용 포기…신임 전임의 포기 속출
인턴에 이어 레지던트 1학년, 전임의까지 자리 비워
"병원에 의사는 교수밖에 안 남아…이번 주 상황 지켜봐야"
보건복지부, 이날 대학병원 현장점검…"사법절차 개시"

정부가 전공의들의 복귀 기한으로 제시한 날을 하루 앞둔 28일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정부가 제시한 사법처리 기한을 맞았지만 부산지역 전공의들도 여전히 의료 현장으로 복귀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일부 병원은 이번 달부터 전임의들까지 자리를 비워 상황이 더욱 악화하고 있다.
 
4일 부산대학교병원에 따르면 이달부터 새롭게 전임의로 근무하기로 한 27명 가운데 22명이 임용을 포기하고 병원으로 출근하지 않았다.
 
인제대학교 부산백병원 또한 신임 전임의 11명 가운데 1명만 임용돼 정상적으로 진료하고 있다. 10명은 진료 시기를 늦추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해 병원 측과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
 
고신대학교복음병원에서도 신임 전임의 10여 명이 출근하지 않은 상황이다.
 
전임의는 전공의 과정을 마치고 전문의 면허를 취득한 뒤 1~2년 간 대형병원에서 추가적인 수련과 동시에 진료를 보는 의사로, 일반적으로 '펠로우'라고도 불린다.
 
이들은 전공의가 의대정원 증원에 반발해 의료현장을 이탈하면서 교수들과 함께 대체 근무체제로 업무 공백을 메우는 등 큰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1년 과정을 끝낸 전임의가 대부분 지난달 29일자로 병원을 떠난 뒤 올해 신임 전임의들이 출근하지 않으면서 의료 현장에 발생한 구멍이 더욱 커지고 있다.

전공의들이 의대 증원에 반대하며 파업에 돌입한 지난달 21일 한 대학병원 전공의 전용공간이 텅 비어 있다. 황진환 기자

게다가 졸업을 앞두고 있어 업무 중단에 참여하지 않았던 4년차 레지던트들까지 이번 달에 병원을 떠나면서 인력부족은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고신대병원 관계자는 "레지던트 4년차들은 대부분 파업에 참여하지 않고 자리를 지켰는데, 이제 이들마저도 없어졌다"며 "새로 올라와야 할 펠로우도 없으니 병원에 의사는 교수만 있는 상황이다. 다른 병원들도 대부분 비슷한 처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 주요 대학병원에서는 올해 의과대를 졸업하고 이달부터 병원에 입사하는 신입 인턴들도 임용을 포기하고 출근하지 않은 상황이다.
 
부산대병원 인턴 57명, 동아대병원 30여 명이 임용 포기서를 제출했다.
 
인제대 부산백병원 관계자는 "3월이 되면서 신규 인턴도 없고, 펠로우들 진료 상황도 변동이 있어서 이번 주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아마 병원 상황이 지난주보다 조금 더 힘들지 않을까 싶다"고 우려를 표했다.
 
한편 집단행동 중인 전공의에 대해 정부가 면허정지 등 사법절차를 예고한 이날까지 부산에서도 상당수가 복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부산대병원 등 부산지역 주요 대학병원을 방문해 전공의 복귀 현황 등 현장 점검에 나섰다. 복지부는 이날까지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면허 정지 처분 절차에 들어간다는 입장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오후 5시 기준 전국 100개 수련병원 의료 현장으로 복귀한 전공의는 모두 565명으로 전체 1만 3천여 명의 4.3%에 불과하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