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합계출산율 0.66명…중구 출산율 0.31명 '전국 최저'
통계청이 28일 발표한 '2023년 출생사망(잠정) 통계'를 보면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한 해 전보다 0.06명이나 떨어진 수준으로 빨라지는 저출생 현상이 그대로 드러났다는 평가다. 인구 자연 감소는 12만 2750명으로 2020년 이후 4년째 가파르게 감소하고 있다.
부산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지난해 부산지역 합계출산율은 0.66명으로 한 해 전보다 0.06명이나 줄었다. 감소율은 8.2%로 전국 평균을 0.9%P 웃돌았다. 출생아 수는 한 해 전보다 1200여 명 감소한 1만 2900여 명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부산보다 인구가 적은 인천과 비교해도 8천여 명이나 적은 수다.
대표적인 인구 위기 지역 중 하나인 부산 중구는 합계출산율 0.31명이라는 믿기 힘든 집계가 기록됐다. 이는 전국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낮은 출산율이다. 전국에서 0.3명대 합계출산율을 보인 곳은 중구와 서울 관악구 뿐이었다. 출생아 숫자는 100여 명으로 대구 군위군, 인천 옹진군, 강원 태백시와 함께 전국 최하위를 기록했다.
인구 절벽에 '대한민국 제2도시' 위상은 옛말…경북 등 영남권 인구도 동반 감소
출생자 수에서 사망자 수를 뺀 '인구 자연 증가(감소)' 지표 역시 전국에서 최악이었다. 지난해 부산지역 자연 감소 인구는 1만 3400여 명으로 인구가 3배 가까이 많은 서울보다 1300여 명 더 많이 감소했다. 특별·광역시 가운데 단연 가장 높았고, 도 단위 광역단체를 포함해도 경북을 제외하고는 가장 많은 인구가 줄었다. 전년 대비 감소 폭도 4100여 명으로 해를 거듭할수록 점점 커지고 있다.
부산은 이런 추세라면 오는 2030년쯤 인구수 기준 '대한민국 제2 도시'라는 타이틀도 인천에 내어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부산 인구수는 329만 5496명으로 지난해 330만 명대가 무너진 뒤에도 계속 감소하고 있다. 인천 인구는 300만 454명으로 300만 명을 돌파했다.
한편 경북의 경우 지난해 1만 200명이 태어나고 2만 5300명이 사망해 전국에서 가장 많은 1만 5100명 자연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경남 역시 부산과 비슷한 1만 3300명이 자연 감소해 영남의 인구 감소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분만실 문 닫고 어린이집 사라지고…인구 절벽 '악순환'
부산지역 출산율이 매년 곤두박질치면서 병원이 분만실 운영을 중단하거나 산부인과가 아예 문을 닫는 일까지 발생하고 있다. 아이를 낳는 부부가 줄어들면서 분만실 운영이 어려움을 겪고, 결국 아이를 낳기 위한 분만 기능을 포기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부산시에 따르면 이번 달 기준 부산에서 분만이 가능한 산부인과는 모두 26곳이다. 분만 병원이 60여 곳에 달했던 10년 전과 비교하면 절반 이하다. 심지어 사상구와 중구, 영도구는 분만 가능한 병원이 한 곳도 없고, 단 하나뿐인 지역도 5곳에 달한다.
최근에는 70여 년 동안 부산에서 출산 관련 진료의 중심 역할을 했던 병원이 잇따라 산부인과 운영을 포기하기로 해 지역에 충격을 주고 있다. 의료계에 따르면 일신기독병원은 기장군에 설립한 '정관일신기독병원' 분만실 운영을 지난 9일 중단했고 산후조리원도 이달 문을 닫는다. 북구에 있는 '화명일신기독병원'도 오는 5월 분만 진료를 종료한다.
저출생이 장기화하면서 학령 인구도 줄어들고, 이 여파로 문을 닫는 학교도 증가하고 있다. 부산시교육청에 따르면 공립 초등학교 신입생 수는 2020년 2만 4242명에서 올해 2만 1560명으로 4년 만에 2천여 명이나 줄었다. 공립 유치원 신입생도 같은 기간 100여 명 줄어 올해는 1500명 선을 간신히 유지했다.
이 때문에 부산에서는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 동안 초등학교 12곳과 중학교 8곳, 고등학교 2곳이 통·폐합했다. 유치원은 2018년 413곳에서 2022년 394곳으로 19곳 줄었다, 같은 기간 유치원생 수는 4만 4361명에서 3만 6308명으로 8천여 명 감소했다. 2028년이 되면 현재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40%인 1만 2400여 곳이 문을 닫을 수밖에 없을 거라는 예측도 나온다.
"복지 혜택은 한계…'아이 낳는 게 유리하다' 제도와 인식 변화 가져와야"
눈앞에 다가온 인구 절벽을 피하기 위해 정부는 물론 지자체도 다양한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부산시는 돌봄 인프라를 구축하고 복지 서비스나 혜택을 확대하는 정책에 집중하고 있다. 난임 지원과 임산부 지원을 확대하고 신혼부부 주택 융자 대출 지원 기준을 '출산'에서 '임신'으로 대폭 완화했다.
부산시 출산정책팀 김난숙 팀장은 "출생부터 돌봄까지 부모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부산형 늘봄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올해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난임·임산부 지원 사업도 대폭 확대했다"며 "임산부와 영유아 배려를 위한 주차장도 새로 만들고 대중교통 내 임산부 배려 문화를 확산하기 위한 사업도 진행하는 등 출산과 돌봄에 대한 인식 개선과 편의 제공에도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는 이 같은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에 목표가 명확하지 않고 대부분 '복지 혜택 확대'에 집중하고 있어 한계를 만날 수밖에 없다며 출생과 일을 병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가족 제도를 획기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경성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김영종 교수는 "저출생 문제에 접근하는 전략이 지나치게 복지서비스에 치우쳐 있다. 출산은 개인 가치관과 직결되는 문제인데, 복지 혜택을 확대한다고 이 가치관을 변화시키기는 어렵다"며 "현금이나 혜택을 제공하는 정책에는 한계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여성이 아이를 낳고 일도 병행할 방안이 필요하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코로나19 대유행 시기 재택근무 증가가 출산율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도 있다"며 "기업 입장에서도 직원이 아이를 낳을 경우 인력 문제를 걱정하기보다 오히려 기업 운영에 유리하다고 판단할 수 있도록 지원과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