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공의들에게 복귀를 명령한 시한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대한의사협회가 "전공의들을 겁박하지 말라"고 맞섰다.
28일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브리핑을 열어 "정부의 무리한 고발과 겁박을 지켜보며 많은 국민들과 의사들은 참담한 심정을 금할 길이 없다"며 "대한민국이 언제든 정부가 명령만 내리면 그것이 곧 헌법 위에 군림할 수 있고, 대화와 타협보다는 처벌을 통한 겁박으로 모든 일을 해결하는 전체주의 국가로 변모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날 정부는 각 병원에 '진료 유지 명령'을 발령하고, 의료법 위반 혐의 등으로 대한의사협회(의협) 관계자들을 고발했다. 전공의 집단사직에 따른 '의료대란' 국면에서 정부가 의사들을 고발한 일은 이번이 처음이다.
의협은 "정부는 정말로 잘못 생각하고 있다"며 "의사들에게 수갑을 채우고 폭력을 사용하여 일터에 강제로 보낼 수 있을 지는 몰라도, 현재의 시스템에서 의사들이 사명감을 가지고 숭고한 정신으로 환자를 돌보는 것은 불가능하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3월 1일 이후부터 정부가 전공의들에 대한 고발을 비롯한 처벌을 본격화 한다면, 앞으로 대한민국 병원에서 전공의는 찾을 수 없는 존재가 되어버릴 것"이라며 "그리고 후배들의 부당한 피해를 도저히 참을 수 없는 현재의 봉직의, 개원의, 교수 등 모든 선배 의사들도 미래에 대한 희망을 모두 접으면서 의업을 포기하며, 그들과 함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의 송달 효력을 확실하게 하기 위해 각 수련병원의 전공의 대표자들의 집에 찾아간 것에 대해서도 맹비난했다.
의협 비대위 주수호 언론홍보위원장은 "(한 전공의의) 부모님 집에 경찰 5명을 대동해서 보건복지부가 찾아갔다고 한다"면서도 "현재 MZ세대는 완전히 새로운 인류다. 우리랑 생각이 다르다"며 "정부가 압력을, 압박을 가해도 위축되거나 그런 게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이날 오전 대통령실 관계자가 "의협이 대표성을 갖기는 좀 어렵다"고 한 발언에 대해서도 발끈하고 나섰다.
주 위원장은 "정부가 지지율이 30%밖에 안된다고 정부의 정통성이나 대표성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은 말이 안되지 않느냐"고 비꼬고는 "적법한 절차를 거친 정부인데, 의협이 그런 존재이고 모든 의사들이 자동으로 가입되는 유일한 법정단체"라고 반박했다.
전날 정부가 '당근책'으로 발표한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초안에 대해서도 주 위원장은 "어떤 의사도 정부 생각에 동조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해당 법안에는 종합보험에 가입하면 과실로 환자에게 상해가 발생했어도 공소 제기를 면제해주는 등 당초보다 의료인의 부담을 더 완화해주는 내용 등이 담겼다.
주 위원장은 "사망 사고는 면책의 대상이 아니라 감경의 대상에 불과하다"며 "이 법안에서 보호해주지 않는 예외 조항들의 내용을 보면 고의에 의하지 않은 과실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어 아무런 실효성이 없다"라고 말했다.
또 "국가가 의료기관에 강제로 건강보험 진료를 하게 만들어 놓고, 분쟁 해결은 의사 개인의 돈을 모아 보험으로 배상하게 한다는 말은 정부가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의사들에게 마치 큰 선물을 내려주는 것처럼 호도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의료 사고라 하면 일반 국민들이 인식하기에 '의사는 가해자고 환자는 피해자'라는 그런 인식을 이미 담고 있는 거고, 처리 과정에서 특별히 봐준다는 얘기"라며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이라는 법안 제목 자체가 가치 중립적이지 못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