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이 기업 규모 확대 저해 요인이라는 주장이 국책연구원에서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고영선 선임연구위원이 27일 발표한 연구보고서 '더 많은 대기업 일자리가 필요하다'에서 제기한 바다.
고영선 선임연구위원은 "대규모 사업체에서는 노조 결성이 쉬울 수 있는데, 이러한 우려 때문에 기업은 고용 규모를 키우는 대신 핵심적이지 않은 사업을 하청기업에 외주화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 경우 적대적이고 전투적인 노사관계는 기업 규모의 확대를 막는 요인이 된다"고 덧붙였다.
고 연구위원은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입시 과열, 지역 불균형, 저출산의 이유 중 '굉장히 큰 부분'이 우리나라 기업 규모가 전반적으로 다른 나라에 비해서 작은 데 있다"고 주장했다.
"250인을 기준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구분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대기업 비중은 14%로 OECD 최하위"라고 고 선임연구위원은 지적했다.
독일은 대기업 비중이 41%에 달하고, 스웨덴(44%)과 영국(46%), 프랑스(47%), 미국(58%)은 독일보다도 높다는 설명이다.
대학 입시 경쟁 과열과 관련해 고 연구위원은 "입시제도를 아무리 고쳐도 경쟁은 줄지 않고 있다"며 "문제는 제도가 아니라 대기업 일자리 부족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서열 높은 대학 졸업자 대기업 취업 유리…임금 프리미엄 50% 달해"
고 연구위원은 이와 관련해 '대학서열의 임금 프리미엄'이라는 자료를 제시했다.
4년제 일반대학을 수능성적에 따라 최하위 1분위부터 최상위 5분위까지 다섯 개 분위로 구분한 후 각 분위 졸업생의 평균 임금을 연령에 따라 계산한 자료다.
40~44세 구간에서는 1분위 대비 5분위의 임금 프리미엄이 50%에 달해 상위권 대학에 진학하기 위한 입시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고 연구위원은 "상위권 대학 졸업자들은 임금뿐 아니라 정규직과 대기업 취업, 장기근속 등에서도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기업 규모화 즉, 스케일업(scale-up)을 통한 대기업 일자리 공급 확대가 입시 경쟁을 완화할 수 있다는 암시다.
저출산 문제와 관련해서도 "중소기업에서는 모성보호제도를 제대로 활용하기 어려운 현실인 만큼, 대기업 일자리를 늘려 모성보호제도 수혜 환경을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수도권 집중 또한, 비수도권에 대기업 일자리가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게 고 연구위원 지적이다.
고 연구위원에 따르면 기업 스케일업을 통한 대기업 일자리 공급 확대는 우리 사회 중대 현안을 해결하는 만병통치약인 셈이다.
정부에 중소기업 지원책 재점검 촉구…"생산성 낮은 기업 도태돼야"
따라서 고 연구위원은 "정부는 기업 스케일업이 원활하게 진행될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특히, 정부가 '무수하게' 시행 중인 중소기업 지원 정책을 근본적으로 재점검할 것을 요구했다.
생산성 낮은 중소기업은 도태돼야 생산성 높은 다른 중소기업이 규모를 키울 수 있는데 과도한 정책 지원은 이러한 역동성을 저해한다는 것이다.
고 연구위원은 "중소기업에는 여러 지원이 제공되는 반면, 대기업에는 여러 규제가 부과된다면 기업은 대기업으로 성장할 유인이 적어 중소기업으로 남으려 할 것"이라고도 했다.
중소기업적합업종제도와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 등 정책과 대기업 경제력 집중 관련 정책도 재검토 필요 대상으로 지목됐다.
고 연구위원은 노사관계에 대해서도 "선진국 사례를 참고해 생산적이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관련 제도를 수정·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현 정부의 대기업 감세 그리고 이른바 '노동개혁' 등과 궤를 같이하는 요구다.
고 연구위원은 앞서 '수요자 중심의 대학 구조개혁을 위한 졸업생 연봉 공개'와 '의대 정원 최소 5% 증원' 등을 주장했던 인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