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 정책'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업무개시명령 대응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이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들에게 전달되도록 '송달'에 집중하고 있다.
전공의들은 집단행동으로 강력히 반발하고 있지만, 정부의 대응은 확고하다. 오히려 법적 처벌 등 대응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 업무개시명령을 앞세운 정부는 이후 벌어질 가능성이 높은 '송달'을 둘러싼 법정 공방도 대비하는 모양새다.
의사와 수십 년 싸움… 정부가 '송달 총력전'에 나선 이유
22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날 기준 전국 주요 수련병원 소속 전공의 중 8816명(71.2%)이 사직서를 제출했고, 7813명(63.1%)이 출근하지 않았다.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으로 이들을 압박하고 있다. 의료법 59조 1항과 2항에 근거해 업무로의 복귀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정부는 등기우편과 수련부장 통보, 문자메시지 발송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전공의들에게 업무개시명령을 송달하고 있다. 전날 기준 총 6228명에게 업무개시명령을 송달했다는 것이 정부 주장이다.
이처럼 정부가 송달 절차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2000년부터 이어진 의사단체와의 갈등으로 얻은 효과로 해석된다.
정부는 이번 사태에 앞서서도 총 3차례에 걸쳐 의사단체와 충돌해 왔다. △2000년 의약분업 추진 △2014년 원격의료 추진 △2020년 의대 정원 확대 추진 사례다. 의사단체와 갈등을 빚은 정부는 매번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의사들이 의약분업에 반발한 2000년, 검찰은 업무개시명령에 불응한 신상진 의권쟁취투쟁위원장(현 성남시장)을 기소해 1심과 2심에서 유죄를 받아냈다.
하지만 대법원에서 판결이 뒤집혔다. 송달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된 것이다. 당시 정부는 '공시송달'로 업무개시명령서를 전달했는데, 이에 대해 대법원은 위법이라고 판단했다. 공시송달은 온갖 수단을 동원했는데도 상대의 주소지를 알 수 없거나, 또는 송달이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최후의 수단으로 활용돼야 하는데 당시 그런 상황이 아니었다고 본 것이다.
2005.9.29 대법원 1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사건 선고中 |
재판부 "성남시장은 2000년 6월 21일 업무개시명령서를 등기우편으로 피고인(신상진 현 성남시장)의 자택에 발송했으나, 업무개시명령이 2000년 6월 22일 수취거절로 반송된 사실이 인정되므로 송달로서의 효력이 없다" "경기도지사는 2000년 6월 21일 휴업 중인 전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업무개시하라는 명령을 공고하면서 공고의 효력은 2000년 6월 21일 오전 9시부터 발생한다고 정한 사실이 인정되나, 경기도지사의 위 공고 당시 피고인의 주소 등을 통상의 방법으로 확인할 수 없다거나 송달이 불가능한 경우라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므로 경기도지사의 2000년 6월 21일 공고는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업무개시명령의 송달로서 효력이 있다고 볼 수 없다" |
우편에, 통보에, 문자에… 법조계 "송달 법적 효력 쌓는 듯"
결국 현재 정부가 다양한 방식으로 송달을 진행하고 있는 것을 두고서 법조계는 '정부가 이후 벌어질 수 있는 송달을 둘러싼 법정 공방에 대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와 의사단체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는 '문자메시지를 통한 업무개시명령의 송달 효력' 여부를 떠나서 일단 정부가 다양한 방식의 송달 절차를 밟고 있는 것은 명분 쌓기 성격이 강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송달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한 형사 전문 변호사는 "정부 입장에선 이렇게까지 송달을 위해 노력했다는 점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며 "관련 재판에 가서도 정부는 '우리는 이만큼 송달하려고 노력했다. 송달 효력이 있기 위해서 최대한의 노력을 다 해봤다'고 말하려고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고도의 이용환 변호사는 "정부는 법적 다툼을 대비해서 문자도 보내고, 다른 송달 방법도 다 강구하려고 할 것"이라며 "결국 법정에서는 또 적법했는지, 절차대로 도착했는지, 실제 읽었는지 등 하나하나 따질 것인데 정부가 (송달 관련 입장을) 언론에 내는 것도 결국 명분을 쌓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복지부가 '문자 메시지를 통한 업무개시명령도 송달 효력이 있다'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는 법조계 의견이 갈린다. 앞서 복지부는 지난 8일 브리핑에서 전공의들이 송달을 피하기 위해 휴대전화를 꺼놓은 상황이라고 해도 문자 메시지를 보내면 업무개시명령 효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2022년 1월 개정된 행정절차법에 '공공의 안전 또는 복리를 위해 긴급하게 처분이 필요한 때에는 문서가 아닌 방법으로 처분할 수 있다'라고 규정한 것을 근거로 들고 있다.
다만 법조계에선 문자는 송달의 요건이 아니고, 또 행정절차법이 개정됐다고 해도 관련 판례가 없어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말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행정절차법에 조항이 신설됐지만, 2년밖에 안 돼 공공의 안전 또는 왜 긴급한 지에 대한 판례가 하나도 없다"라며 "법적 다툼이 있을 것"이라고 봤다.
반면에 효력이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의사 출신의 한 의료 전문 변호사는 "현재 전공의들이 자발적으로 사직서를 냈고,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사직서를 낸 다음에 업무 복귀 명령이 나온다는 것을 병원을 통해서든, 모임을 통해거든 모를 수가 없다"라며 "의도적으로 메시지를 안 받으려고 하는 것이 분명한 상황이어서 송달의 효력이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