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진상 파악 어렵다"…3년 만에 '공소장 유출 사건' 불기소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과 관련된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의 공소장이 언론에 유출된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지 못하고 결국 수사를 끝내기로 했다. 법조인과 언론인을 상대로 한 광범위한 통신 조회로 논란을 일으킨 공수처는 수사 시작 3년 만에야 "진상 파악이 어려웠다"고 호소했다.

공수처 수사1부(김선규 부장검사)는 20일 이성윤 연구위원의 공소장 내용을 언론에 유출해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고발된 '성명불상의 피고발인'을 불기소 처분했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고발 내용 확인을 위해 다각적인 수사를 진행했다"면서도 "최근 대검찰청 감찰 (진상) 자료 확보를 위한 압수수색 영장도 기각되는 등 현실적으로 더 이상 진상 파악이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처분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이번 사건은 2021년 5월 시민단체 '사법정의 바로 세우기 시민행동(사세행)'의 고발로 수사가 시작됐다.

이성윤 연구위원은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 재직 중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불법 출국금지 사건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2021년 5월 12일 기소됐다. 하지만 이틀 뒤 이 연구위원의 공소장 내용이 한 언론 보도로 알려지자 대검은 자체 감찰에 착수했고, 사서행 김한메 대표는 사건을 공수처에 고발했다.

김 대표는 '검찰 내부 성명불상자가 검찰 내부 전산망에 정보 공유를 위해 올라온 이 연구위원 공소장 내용을, 제1회 공판기일 전 또는 피고인에 대한 공소장 부분 송달 전, 특정 언론사 기자에게 유출했다'는 취지로 고발했다.  

이후 공수처는 이 사건을 '제4호 사건'으로 지정해 수사에 착수했고, 2021년 11월에는 대검 정보통신과를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하지만 공수처는 이 과정에서 수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압수수색 과정에선 위법 논란이 일었다. 공수처는 당시 수원지검 수사팀 소속 검사 7명의 이름을 적어 압수수색 영장을 받아 왔는데, 수사팀에 없던 인물이 포함된 것이다.

검찰은 공소장 유출 논란 당시 수사팀에 없던 인물이 포함됐다며 허위공문서로 위법한 영장을 발부받았다고 반발했다. 수원지검 수사팀은 2022년 1월 공수처의 압수수색에 대한 준항고를 냈고, 이 과정에서 수사를 맡았던 공수처 수사3부장이 퇴직하기도 했다. 공수처장을 상대로 행정소송이 제기되기도 했다.

공수처가 수사 과정에서 언론인과 법조인을 상대로 광범위한 통신조회를 했다는 논란도 일었다. 변호사 단체가 위법한 수사라며 공수처를 고발하기도 했다. 다만 지난 14일 법원은 "합리적 수사 범위"라며 공수처의 손을 들어줬다.

이러한 논란을 일으키며 3년 간 수사를 이어온 공수처가 이날 불기소를 결정하면서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을 고발한 사세행은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사건을 3년이나 끌다가 불기소한 건 공수처의 '용두사미'식 부실수사를 보여준 것"이라며 "큰 기대는 없지만 재정신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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