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이낙연 '표결'로 제압…개혁신당 결국 갈라서나

19일 최고위원회의 '이준석 총선 지휘권' 의결
이낙연 측 강력 반발…"전두환 때 보위부와 무엇이 다른가"
개혁신당 내분 악화일로…"결국 갈러설 것" 관측도
이준석, 표결 명분 '속도감' 강조…'전국민 출산휴가 급여제' 공약

개혁신당 이낙연 공동대표와 이준석 공동대표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차 최고위원회의 준비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개혁신당이 이낙연, 이준석 공동대표의 주도권 다툼으로 내홍에 빠진 데 이어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선거 지휘권' 문제를 표결로 정리했다. 합당 열흘 만에 갈라서기를 배제할 수 없는 극한의 대결로 치닫고 있다.
 
개혁신당은 19일 오전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총선 정책 결정권을 이준석 공동대표에게 위임 △당원 자격 심사위원회 설치 △중앙당 산하에 양극화, 인구소멸, 지방 소멸, 기후 위기 해결을 모색할 4대 위기 전략센터 신설(센터장 이원욱) 등을 의결했다.

이들 안건은 이준석 공동대표가 이낙연 공동대표 측에 '총선 지휘권'을 일임하라며 요구한 사안이다. 당원 자격 심사위 설치의 경우 당 합류를 놓고 계파 간 갈등의 불씨가 된 배복주 전 정의당 부대표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낙연 공동대표 측의 반발 속에 최고위 내 표결로 결정됐다.

허은아 수석대변인은 "총선 승리를 위한 선거 캠페인, 선거 정책 결정권의 신속성을 담보하고자 이준석 대표가 공동정책위의장과 협의해서 (이를) 시행하고자 하는 안건"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준석 공동대표 측은 지도부 전원 지역구 출마를 비롯해 이같은 안건을 이낙연 공동대표 측에 요구했다. 이낙연 공동대표 측은 지역구 출마 건만 받아들였다. 합당 협상 당시 이낙연 공동대표를 총괄선대위원장으로 정했던 만큼 선거 관련 권한을 위임할 수 없으며, 배 전 부대표 거취 문제에 대해서도 "'배제의 정치'는 안 된다"는 입장이었다.

'표결 처리'로 이준석 공동대표의 주장이 관철됐지만, 당내 갈등은 더욱 깊어진 모습이다. 이낙연 공동대표와 김종민 최고위원 등 '새로운미래' 출신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장을 떠났다.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회의에선 양측의 고성이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안건은 이준석 공동대표와 양향자 원내대표, 조응천 최고위원, 금태섭 최고위원의 찬성으로 의결됐다.
 
회의장에서 나온 김종민 최고위원은 이같은 의결 과정을 전두환정부 시절의 행태에 비유하며 거칠게 비판했다. 김 최고위원은 기자들과 만나 "선거 운동 전체를 이준석 개인한테 맡기는 건 민주 정당에서 가능한 일이 아니다"라며 "전두환이, 나라가 어수선하니 국보위(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어 다 위임해달라며 국회를 해산한 것과 무엇이 다른가"라고 반발했다.
 
'새로운미래'는 입장문을 내고 "오늘 개혁신당 최고위원회는 '이준석 사당'을 공식적으로 의결했다"며 "선거의 전부인 선거 캠페인 및 정책결정에 대한 전권을 이준석 개인에게 위임해 달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이준석 공동대표는 당을 위한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지난 1주일 정도 사이 저희가 물밑에서 많은 대화를 했지만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표결을 하게 됐다"며 "나머지 세력의 뜻은 강하고 속도감 있는 리더십을 원한다는 형태로 정리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지율 정체와 초기 혼란에 빠진 당을 더 강하게 이끌기 위해 제가 더 큰 역할을 맡게 된 것"이라며 "제3지대에 나온 이상 어느 누구도 뒤에 서 있을 여유는 없다"고 강조했다.

'사당화' 비판에 대해선 토론회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이번에 표결 난 결과를 보면, 새로운미래 측을 제외한 개혁신당, 원칙과 상식, 새로운선택, 한국의희망 등 나머지 정파는 모두 이번 의결에 참여해 찬성표를 던졌다. '사당화'는 보통 이럴 때 쓰는 표현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일단 이준석 공동대표 측이 표결에서 당내 우호 지분을 확인한 만큼 승기를 잡았고, 향후 주도권을 쥘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양측이 결국 갈라서기 수순에 들어갔다는 비관적인 관측도 동시에 제기된다.
 
개혁신당 지도부 관계자는 "개혁신당의 선거를 결국 누구의 얼굴로 치를지는 자명한 것 아닌가. 실질적으로 개혁신당을 초기부터 이끌면서 당세를 다져온 건 이준석 공동대표가"라며 "이 점을 서로가 인정하고 대화를 진행해 가는 게 맞다"라고 말했다.
 
다만 제3지대에서 더 이상의 분열은 자충수일 뿐이란 의견이 이준석 공동대표 측에서 나온다. 개혁신당 내 또 다른 관계자는 "어렵사리 합당을 이뤄놓고 또 갈라진다면 대체 어떻게 선거를 치르겠나. 소수당일수록 당내 갈등 같은 문제만 부각되기도 쉽다"라며 "경험 있는 양측이 어떻게든 조만간 봉합에 나설 거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한편 개혁신당은 이날 오후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더라도 일하는 모든 출산 여성을 지원하는 '전국민 출산휴가 급여제' 총선 공약을 발표했다. 이준석 공동대표가 이날 오전 선거 정책 결정 권한을 최고위원회로부터 위임받은 지 반나절 만이다.

이준석 공동대표는 국회 기자회견에서 "근로계약 형태나 고용보험 가입 여부와 무관하게 유산, 사산을 포함한 출산 여성에게 3개월간 통상 월 수입금의 100%씩 최대 630만 원을 지급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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