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의료권력과 집단이기주의

미셸푸코, '광기의 역사'에서 의료 권력 주목
의사 단체가 의사수 스스로 결정하겠다는 모습
국민 다수, 의사 단체 향해 따가운 시선
의사 단체, 집단 이기주의 아닌지 돌아봐야

연합뉴스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는 자신의 저서 '광기의 역사'에서 의료권력을 얘기한다.
 
'광기'를 질병으로 분류하게 되면서 프랑스 대혁명 이후 정신병원이 처음 등장했고 의사들은 정상과 비정상의 판정권한을 갖게 된다.
 
정신병원 수용여부를 결정하는 권한 뿐만 아니라 정신병원에 수용된 환자들에게 강제 노동을 명하거나 생리적 욕구까지 억압하는 등의 절대 권한을 부여받는다.
 
푸코가 주목한 이른바 '의료권력'이다.
 
의료인들은 현대사회에서도 사법부와 함께 개인의 인신을 강제할 합법적 권한을 갖고 있다.
 
국가권력 못지않게 의료권력은 개인의 삶 곳곳에 구체적인 영향을 미친다.
 
병의원에선 환자가 의료인의 지시를 무조건 따라야 하고 병의원 밖에서도 의료인은 환자의 생활방식에까지 개입한다.
 
사회구성원들의 건강증진과 보호를 위해 불가피하게 부여된 권한이지만 의료인들은 그에 걸맞게 어떤 집단보다 높은 도덕성과 책임감을 바탕에 두고 있어야 한다.
 
의대 정원 늘리기에 국민 다수가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있었다.
 
지난해 12월 보건 의료 노조 조사에선 10명중 9명이 의대 정원 확대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그렇지만 의사들은 여전히 의사 수를 늘릴지 여부를 스스로 결정하겠다고 버티고 있고 이를 지켜보는 많은 국민들은 이런 상황을 의아해 한다.
 
특정 직업 종사자들이 그 종사자 숫자를 스스로 결정하겠다고 버티는 건 다른 직업 군에선 찾아보기 힘든 현상이다.
 
대한의사협회 산하 서울시의사회 회원들이 15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 반대 궐기대회에서 피켓을 들고 있다. 박종민 기자

최근의 의대 증원을 둘러싼 논란 속에서 의사 단체들은 국가가 과도한 권력을 행사하고 있고 정부가 자신들을 겁박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그렇지만 진료 거부나 의사 면허 반납 같은 집단행동을 통해 의사들과 그 단체들이 국민과 정부를 겁박하는 걸로 보는 국민도 적지 않다.
 
지난 2000년 당시 정부가 의약 분업을 추진할 때도, 2014년 원격 의료 시범 사업 확대 때도, 2020년비대면 진료 육성 등 의료 정책 때도 의사들은 집단 휴업과 폐업, 총파업을 맞섰다.
 
수년 전 '일반 의약품 약국 외 판매' 를 놓고 사회적 논쟁이 벌어졌을 당시 의사 단체들은 약국 및 약사들의 이해와 더 직결돼있던 이 사안에 대해 보다 폭넓게 판매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이를 관철시키지 못하는 장관의 퇴진을 요구하기도 했다.
 
 국민 건강권은 도외시 한 채 의료 시장을 키워 의사들이 이익을 독점하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의대 정원 늘리기를 놓고 의사와 의사 단체들을 향한 국민의 따가운 시선은 이런 집단 이기주의 행태를 반복적으로 보여온 자업자득 결과물일지 모른다.
 
의대 정원 늘리기에 반발해 의사 협회는 최근 전국 동시다발 집회를 갖는가 하면 의대 재학생들은 동맹휴업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전공의들은 이미 잇따라 사직서를 제출하고 있다.

국민 건강권을 담보로 집단 행동을 통한 겁박이 시작된 것일까
 
집단 이기주의는 결단코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는 지 의사와 의사 단체들은 스스로 돌아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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