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순천시가 도시의 이미지를 대표하는 상징물 CI (Corporate Identity)를 23년 만에 교체하면서 개정조례안도 공포되기 전에 배포·사용해 '절차 위반' 논란이 일고 있다.
CI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시의회 본회의 의결을 거쳐 집행부가 공포해야 제도의 기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15일 순천시 등에 따르면 시는 지난 6일 오천그린광장에서 기관, 시민 천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CI 선포식'을 열었다.
이번 CI 교체는 2001년 기존 심벌마크 도입 후 23년 만으로 순천만의 브랜드 가치와 정원도시로 도시 이미지가 바뀜에 따라 추진됐다.
시는 지난해 4월 상징물 디자인 개발 용역을 통해 본격적인 CI 개발에 착수하고 공청회, 선호도 조사, 공공 디자인 심의 등을 거쳐 새로운 CI를 선정했다.
현재 순천시청과 24개 주민센터의 깃발, 홈페이지와 공문서 로고, 현수막 게시대 등 시설물 등에 적용된 상태다. 시와 관련된 각종 시설물에 순차적으로 적용될 예정이다.
하지만 순천시의 이런 사업 추진은 본회의 의결뿐만 아니라 조례 제정 절차마저도 무시한 행정이란 지적이다.
시는 지난 13일까지 CI 교체를 위해 '순천시 상징물 관리 및 운영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입법예고했다.
자치법규입법절차에 따르면 입법예고 후 심의, 의결을 거쳐 시의회에 상정돼고, 의회 의결 후 조례안이 공포된다. 통상적으로 몇 달이 소요된다.
또한 조례안이 최종 본회의를 통과하려면 전체 의원이 참석해 과반수가 찬성해야 하고, 조례안이 해당 상임위를 통과했어도 논란이 있는 안건은 표결에 앞서 찬·반 토론을 통해 결과가 바뀌는 사례도 있다.
더욱이 입법예고 기간은 의견 수렴 기간이기도 한데, 이미 CI를 사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절차는 형식에 그친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번 CI교체와 관련해 시의회도 절차를 위반한, 의회를 무시한 행위라고 반발하고 있다.
순천시의회 한 의원은 "지난 달 CI 용역 최종보고회에서 집행부가 4월 총선 때문에 CI 선포식을 앞당겨 개최한다고 참석을 요청한 건 맞지만, 조례 절차를 건너뛰고 CI를 사용한다는 계획에 대해선 설명이 없었다. 의회의 동의를 구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방자치법에서 정한 조례입법 절차에 대한 분명한 위반행위"라고 지적했다.
다른 의원은 "선포식 일정을 보고했을 때 이러한 부분까지 정확하게 짚지 않은 것에는 의원들의 책임도 있다"면서도 "이번 문제는 의회 절차를 무시하며 강행해 온 시 행정의 관습화된 모습이 드러난 게 아닌가 싶다"고 꼬집었다.
이에 순천시 관계자는 "총선 60일 전인 2월 10일부터 지자체 행사가 전면 금지되는데 올해 1월 초 선정된 CI를 묵힐 수는 없어 개정 조례안이 공포되기 전 선포식을 추진했다"며 "지난달 시의원 전체가 모인 자리에서 선포식 일정을 설명하고 동의를 구한 것이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입법예고 기간 의견 제출 절차는 있지만 이견이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진행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