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회장이 고민하는 '명분', 클린스만은 떠날 준비를 마쳤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류영주 기자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말한 명분은 충분하다. 이제 남은 건 확실한 결단뿐이다.

대한축구협회(KFA)는 15일 축구회관에서 제1회 전력강화위원회를 개최한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4강전에서 탈락한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에 대한 평가가 진행될 전망이다.

최근 클린스만 감독의 경질 여론이 들끓고 있다. 손흥민(토트넘),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등 역대 최고 전력을 앞세워 우승을 호언장담했지만 64년 만의 정상 탈환에 실패했다.

대회 내내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 팬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겼다. 특히 요르단과 준결승전에서는 유효 슈팅을 1개도 기록하지 못할 만큼 최악의 경기력을 보인 탓에 0 대 2로 참패했다.

여기에 클린스만 감독은 무책임한 행동까지 일삼아 성난 팬심에 불을 지폈다. 클린스만 감독은 탈락 후 "한국에 돌아가 대회를 분석하고, 2년 반 뒤 열릴 북중미 월드컵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귀국 2일 만에 자택이 있는 미국으로 휴가를 떠났다.

대회에서 실패한 감독이라고 보기 어려운 전례 없는 만행이다. 이런 클린스만 감독을 전혀 통제하지 못한 협회는 경질 여부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특히 클린스만 감독 선임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정몽규 축구협회장은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클린스만 감독의 거취 문제를 논의하는 제5차 임원 회의에 홀로 불참했다. 임원 회의는 올해 총 4번 열렸는데, 정 회장이 불참한 것은 이번 5차 회의가 처음이다.

결국 경기인 출신만 모여 임원 회의를 진행했고 경질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이후 이석재 부회장이 정몽규 회장과 독대에서 클린스만 감독의 사퇴를 건의했는데, 정 회장은 '마땅한 명분이 필요하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클린스만 감독은 "준결승까지 진출한 것을 실패라고 말씀드릴 수는 없을 것 같다"고 자평했다. 정몽규 회장 역시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준결승에서 참패한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 위르겐 클린스만이 8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클린스만 감독은 입국 뒤 인터뷰에서 사임할 뜻이 없음을 밝혔다. 인천공항=박종민 기자
명분은 이미 넘치는 상황이다. 게다가 전력강화위를 하루 앞두고 클린스만 감독의 리더십 부재까지 드러난 마당이다.

영국 매체 '더 선'의 충격적인 보도가 나온 뒤 한국 축구는 또 어수선해졌다. 매체가 아시안컵 기간 한국 축구 대표팀의 불화를 폭로했기 때문.

매체에 따르면 4강전을 하루 앞둔 저녁 식사 자리에서 선수들의 다툼이 벌어졌다. 이강인을 비롯한 어린 선수들이 식사를 일찍 마치고 탁구를 하려고 자리를 떴는데, 저녁 식사 자리를 팀 단합의 시간으로 여긴 손흥민이 쓴소리를 하면서 사건이 발생했다.

손흥민은 선수들에게 돌아와서 앉으라고 했지만 이강인 등은 무례한 반응을 보였다. 이후 다툼이 벌어졌는데 이 과정에서 손흥민이 손가락이 탈구되는 부상을 입었다. 협회도 해당 보도가 사실임을 인정했고, 이강인은 소셜 미디어(SNS)를 통해 사과의 메시지를 전했다.

대표팀 선수로서 태극 마크의 자부심과 사명감을 망각한 안일한 행동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당시 사건을 목격했지만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클린스만 감독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결국 경질밖에 답이 없는 상황이다. 이날 전력강화위에서 협회가 어떤 결단을 내릴지 지켜볼 일이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한국은 다음달 21일(홈)과 26일(원정) 태국과 월드컵 2차 예선 3, 4차전을 연달아 치른다. 만약 협회가 사령탑을 교체한다면 늦어도 3월 A매치 기간(18~26일) 전까지는 모든 작업이 마무리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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