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10 총선에서 거대 양당의 '위성정당'이 재등장하게 됐다. 그간 여야는 선거제 개편과 관련해 지난한 논의를 이어갔지만, 국회 과반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결국 현행 준(準)연동형 비례대표 선거제를 유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미래', 더불어민주당은 '통합형 비례정당'(가칭) 등을 각각 '위성정당'으로 출범시킬 예정이다. 연동형 비례제의 입법 취지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꼼수를 재연한다는 의미다.
지난 21대 총선과 비슷한 광경이기도 하다. 다만 민주당의 '통합형 비례정당'은 진보 진영 내 다른 소수 세력을 규합해야 하는 만큼, 연합의 범위나 비례 순번 등을 둘러싼 고민이 더 복잡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난 총선 당시 준연동형 적용을 일정 부분 제한(전체 비례 의석수 47석 중 30석, 나머지 17석은 병립형)했던 '캡(상한선)'은 이번 총선에선 적용되지 않는다. 한시 조항이었던 만큼 이번에 여야가 별도로 합의해 수정안을 만들지 않는다면 47석 전체 비례 의석이 준연동형으로 배분되는 것이다.
4년전 총선 '위성정당 대결' 재연…거대양당 '꼼수' 그대로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5일 오는 총선에서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하되, '준(準)위성정당'인 통합형 비례정당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회귀할 경우 소수정당의 반발 등 정치적 부담을 고려한 결정으로 해석된다. 국민의힘은 당초 병립형 비례대표제 회귀를 주장하면서도 이 같은 상황에 미리 대비해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의 창당 발기인 대회까지 마쳤다.
결국 양당의 위성정당 대결이 4년 만에 반복되는 것이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비례대표 의석을 지역구 선거 결과와 연동해 배분하는 제도다. 국회의원 의석수 총 300석을 정당 득표율에 따라 나누고, 지역구 의석수가 정당 득표율보다 적은 정당의 경우 모자란 의석수의 50%를 비례대표로 채워주는 것이다. 병립형 비례대표제에 비해 정당 지지도가 전체 의석수에 더 밀접하게 반영돼 소수정당의 국회 진입이 상대적으로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지역구 의석을 다수 확보할 수 있는 거대 양당 입장에선 정당 득표율에서 그만큼을 제하고 비례대표 의석이 배분된다는 난점이 존재한다. 때문에 양당은 의석수 손실을 막는 것을 넘어 제도 자체를 무력화하기 위해 지역구용 정당과 비례용 정당을 따로 만드는 꼼수로 대응했다.
위성정당의 존재로 인해 거대 양당은 준연동형제를 적용받더라도 비례대표 의석수 손실을 틀어막을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21대 총선 당시 준연동형제(47석 중 30석 캡 적용, 나머지는 병립형)하에서 민주당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은 17석, 미래통합당(국민의힘의 전신)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은 19석, 정의당은 5석, 국민의당과 열린민주당은 각 3석을 차지했다. 당시 정당 득표율을 기준으로 병립형으로 계산해 봐도 시민당 18석, 한국당 18석, 정의당 5석, 국민의당과 열린민주당 각 3석 등으로 큰 변화가 없다.
지난 총선에 존재했던 캡을 이번 선거에서 제거한다고 가정해도 의석수 배분 결과는 병립형을 적용했을 때와 별로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계산이 복잡해 유권자가 이해하기도 어려운 준연동형제가 결과적으로는 소수정당의 원내 진입을 장려하는 본래 취지조차 살리지 못하고 양당제를 공고화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소수세력 규합에 셈법 복잡한 野…총선 전후 이합집산 예고
같은 위성정당이라도 민주당의 셈법이 좀 더 복잡하다. 이번 총선에선 캡이 완전히 벗겨지면서 병립형 배분(기존 17석)이 사라진다. 진보 진영 소수정당의 공간은 상대적으로 커질 수 있는 만큼, 이들을 최대한 끌어들여야 하는 게 과제다. 통합형 비례정당에 포함될 소수정당의 정치적 스펙트럼(범위)에 관심이 모이는 이유다. 공천에서 영입 인재를 비롯한 자당 인사뿐만 아니라 당 밖 인사들까지 고려해야 하는 만큼 비례 순번 등을 두고 세력 간 갈등이 생겨날 수도 있다.
이 대표는 이날 '통합형 비례정당'을 '절반은 위성정당, 절반은 연합플랫폼인 준(準)위성정당'이라고 표현하면서도 "민주개혁세력의 맏형으로서 민주당이 주도적으로 그 책임을 다하겠다"며 역할의 우위를 강조했다.
국민의힘의 경우 위성정당(국민의미래)의 보수 진영 내 다른 세력과의 규합을 전제하지 않는 만큼, 병립형이 존속했을 때와 비슷한 방식으로 비례대표 공천을 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꼼수 위성정당'이 모당(母黨)과 100% 한 몸으로 움직이는 것만도 아니다. 지난 총선 당시 미래통합당과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 사이 '공천 파동'이 발생했다. 당시 미래한국당 한선교 대표와 공천관리위원회가 미래통합당의 영입 인재 등을 대거 후순위로 배치했다가 모당(母黨) 황교안 대표로부터 지도부가 교체되는 수모를 겪었다.
민주당도 위성정당으로 공천했던 비례대표 중 일부가 모당(母黨)으로 복귀하지 않았다. 총선 이후 모당(母黨)과 위성정당이 합당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이때 이탈이 발생할 수 있다. 야권의 경우 여당처럼 '위성' 그 자체로 정당을 운영하기보다 총선용 '선거 연대 플랫폼'으로 위성정당을 활용할 것이란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