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본 헌터'는 역사학와 고고학, 체질인류학 박사를 전공한 인류학자 선주(박선주)가 한국전쟁기 민간인 학살사건과 70여년 세월을 초월해 만나는 스펙터클한 '유골 추적기'이자 역사 논픽션이다.
한겨레에 30여 년 몸담은 베테랑 기자인 저자는 아산에서 유골이 발굴된 이후 수 차례 발굴현장과 청주에 위치한 선주의 연구소를 찾아 취재해 6개월 동안 써내려간 기획기사를 개고해 책으로 펴냈다.
이 책은 두 이야기가 동시에 진행되는 독특한 '교차식 구성'을 따른다. 하나의 축은 민간인 학살사건을 다루며 유골·생존 피해자·유가족·유품·관련 주변인·가해자 등 여러 화자의 시점을 통해 한국 현대사의 뼈아픈 학살 사건을 입체적으로 재현해낸다.
충남 아산 성재산 기슭에서 발굴된 유해 A4-5의 독백으로 시작하는 아산의 이야기는 민간인 학살사건 현장과 그 주변인을 통해 이야기를 끌어간다.
다른 하나는 인골에 대한 순전한 호기심으로 한평생 유해가 남긴 진실을 좇아 온 실존인물 인체인류학자 선주의 이야기다.
유년기·청년기의 여러 에피소드를 통해 끈질기고 호기심이 강한 선주의 성정을 보여주며 각양각색의 뼈를 접하는 독특한 체질인류학자로서 '본 헌터'가 되기까지 이야기를 끌어간다. 국가의 폭력과 집단 죽음을 좇아가는 선주는 결국 유골 A4-5와 마주하게 된다.
영문도 모른 채 죽임 당한 이들과 집념의 인류학자. 서로 관계가 없어 보이던 두 이야기는 시공을 초월해 결국 아산 민간인 학살사건으로 마주하게 된다. 여기에 생생한 현장 사진과 흥미로운 스토리텔링이 주는 깊은 몰입도와 여운을 느끼게 한다. 한 편의 다큐멘터리 같은 역사 논픽션이다.
선주는 실존 인물로 1968년 한국에서 사학과 학사, 고고학 석사를 거쳐 1970년대 캘리포니아 버클리대에서 체질인류학을 공부한 박선주 충북대 고고미술사학과 명예교수다. 흥수아이(구석기 시대 화석 인류)·안중군 의사처럼 역사학적으로 유의미한 인물 유해는 물론 강제징용자·국군전사자·민간인 학살 희생자·세월호 희생자 등의 유해 발굴 현장을 누벼 온 인물이다.
고경태 지음 | 한겨레출판 | 38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