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 1%대 금리로 주택 구입 자금을 빌려주는 신생아 특례 주택 대출이 신청 첫날부터 신청자가 몰리며 수요자들의 관심이 이어지는 가운데 해당 정책 금융이 침체된 부동산 시장 분위기 반전에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지난해 시장 거래 활성화에 한 축을 담당했던 특례보금자리론이 시행 초기에는 대환 대출로 쏠렸지만 이후 시장 분위기가 개선된 후 집값 반등의 역할을 했던 점을 감안하면 신생아 특례 대출도 시장 분위기가 개선될 시점에 거래 정상화에 불쏘시개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31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주택도시기금 기금e든든' 사이트에서 신생아 특례대출 신청을 시작한 지난 29일부터 수요자들의 신청이 이어지고 있다. 신청 첫날에는 접속자가 몰리며 1시간 가까이 접속이 지연되기도 했지만 이후에는 별다른 문제 없이 사이트가 운영되고 있다.
신생아 특례대출은 정부의 '저출산 극복을 위한 주거안정 방안'에 따른 정책금융상품이다. 대출 신청일 기준 2년 내 출산·입양한 무주택 가구나 1주택 가구(대환대출)에 대해 주택구입·전세자금을 저리에 대출해 주는 제도다. 대상 주택은 주택가액 9억원 이하, 전용면적 85㎡ 이하이며 연소득 1억3천만원 이하 및 일정 금액 이하의 순자산 보유액 요건 등이 조건이다. 올해는 2023년 1월 1일 이후 출생아를 둔 출산(입양)가구가 대상이며, 주택구입 자금은 1.6~3.3%, 전세자금은 1.1~3.0%의 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다
HUG 관계자는 "대출 신청 내역과 실제 대출 실행 내역은 차이가 있을 수 있고, 대출 신청 내역을 실시간으로 공표할 경우 수요자들에게 불필요한 불안감을 조성할 가능성이 있다"며 "필요시 관련 내용을 집계해서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부동산R114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4개월 간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25개 자치구 중 9억 이하 아파트 매매 거래 비중은 △강북구 98% △도봉구 96% △중랑구 94% △노원구 93% △구로구 89% △관악구 85% 등이 9억 이하 거래 비중이 높았다.
다만 특례보금자리론과 비교하면 신청 조건이 까다로워서 대상자가 한정적인 만큼 그에 따른 시장 영향도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지난해 초 시행했던 특례보금자리론은 주태가격 9억원 이하면 소득기준없이 최대 5억원까지 대출이 가능했지만 신생아 특례대출의 경우 주택가액과 연소득, 출생아 등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현장에서는 신생아 특례대출 실행 이후 매물 수 변화 등이 감지되지 않고 있다. 중저가 신축 대단지 아파트가 밀집해 신혼부부들의 선호도가 높은 길음뉴타운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신생아 특례대출 실행 이후 매수 문의 등이 늘어나는 등 분위기 변화가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올해 1월1일 이후 서울 아파트 매물수는 유의미한 변화가 없고 강북구와 도봉구 등 9억 이하 아파트 거래 비중이 높은 지역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한국주택금융공사(HF)에 따르면 지난해 1월 28일~3월 31일 특례보금자리론이 신청‧접수된 25조6천억원 중 49.1%(11조6177억원)는 기존대출 상환이었고 신규주택 구입 목적의 대출 신청은 43%(11조7605억원)이었다.
부동산R114 여경희 수석연구원은 "특례보금자리론 시행 초반에는 수요자들이 전세 대출과 대환 대출에 몰렸지만 시장이 회복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신규 주택 구입 활용에 더 많은 수요가 몰렸다"며 "침체된 최근 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신생아 특례대출 역시 대상자들이 지금 쉽게 주택 매수에 활용할 것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이분들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시장에 일정 부분 영향을 줄 가능성은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