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가 29일부터 제22대 총선에서 총 253곳의 지역구에 출마할 후보자들의 공천 신청 접수를 시작했다. 이날 일부 여권 인사들의 출마 선언도 이어졌는데, 현역 의원·당협위원장이 불출마 선언을 하거나 당협위원장이 없는 '무주공산'에 쏠리는 현상이 벌어졌다.
부산 해운대갑에서 내리 3선을 한 하태경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일찌감치 서울 종로구로 지역구를 옮겨 출마하겠다고 공언해왔다. 그러다가 오늘 돌연 서울 중·성동을에 출마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하 의원은 "보름쯤 전에 당에서 수도권이 인물난이다, 경쟁력 있는 인적 자원이 부족하다, 지역구를 조정해 줬으면 좋겠다는 요청이 있었다"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이날 21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당선된 뒤 윤석열 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지낸 이영 전 의원도 서울 중·성동을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서울 서초갑에서 3선을 지내고 21대 총선에서 동대문을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이혜훈 전 의원도 지난주 서울 중·성동을에 출사표를 던진 바 있다. 여기에 김행 전 비대위원도 해당 지역에 출마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최소 4파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서울 중·성동을 지역은 최근까지 지상욱 전 의원이 당협위원장을 맡아 기반을 다져왔던 곳으로, 지 의원의 총선 불출마 선언에 여러 인사들이 앞다퉈 몰리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해당 지역의 현역 국회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초선 박성준 의원이다. 특히 최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국회의원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중구와 종로구가 합쳐져 하나의 선거구로 개편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 상황이라 향후 일부 조정이 이뤄질 수도 있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서울 강남갑에 전략공천됐던 태영호 의원 또한 이날 지역구를 옮겨 서울 구로을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현재 구로을의 민생문제를 해결할 적임자는 제가 아닐까, 많이 생각하고 구로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해당 지역은 지난 2001년 치러진 보궐선거 이후 총선에서 단 한 번도 보수정당이 승리하지 못한 곳으로, 당협위원장이 비어져 있던 '사고 당협'이다. 현역은 민주당의 윤건영 의원이다.
여당 소속 비례대표 현역 의원들도 잇따라 지역구 출마를 선언했다. 윤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수행실장을 지냈던 이용 의원은 경기도 하남 지역을, 언론인 출신으로 김기현 지도부의 최고위원이었던 조수진 의원은 서울 양천갑 출마를 공식화했다.
윤 대통령 최측근인 주진우 전 대통령실 법률비서관은 하 의원의 서울행으로 무주공산이 된 부산 해운대갑에 출사표를 던졌다. 그는 "부산과 해운대구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모든 것을 쏟겠다"고 밝혔다. 공관위가 우선추천(전략공천) 지역 조건으로 '당 소속 현역 국회의원 또는 직전 당협위원장 불출마 지역'이라고 발표한 상황이라, 주 전 비서관이 전략공천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외에도 '원조 친박(친박근혜)'으로 불렸던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가 경북 경산 지역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최 전 총리는 박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출당 조치된 이후 복당되지 않은 상황이다.
한편 국민의힘 공관위는 이날부터 다음 달 3일까지 공천 신청 접수를 받을 예정이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발표한 정치 개혁안에 따라 공천 신청자는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서 △금고형 이상의 형 확정시 세비 전액 반납 서약서 △출판기념회 정치자금 수수 금지 서약서 등을 함께 제출해야 한다. 가상자산을 보유했다면 현황 증빙 자료도 내야 한다.
공관위는 공천 신청자들에 대한 적격 여부를 심사하기 위한 '클린선거지원단'을 꾸려 접수된 서류들을 검토할 예정이다. 오는 30일에는 3차 회의를 진행한 뒤 공천 심사 관련 일정을 확정, 발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