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전에 있는 한국전력기술 원자로설계개발본부(원설본부)의 경북 김천 이전을 추진한다는 소식에 야당과 노조가 반발하고 나섰다. 이런 가운데 대전시는 원설본부 이전 논란이 불거질 때까지 이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드러났다.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유성갑)과 한국전력기술노동조합은 22일 대전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전 시민 여러분께 드리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한전기술노조는 호소문을 통해 "경북 김천으로 근무지 강제 이전을 요구받고 있으며, 임직원 약 350명과 가족 천여 명의 정주 여건도 위협받고 있다"며 "우수한 전문기술 인력이 유출됨에 따라 핵심 기술력, 원자력안전 기반, 해외원전 수출,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에 악영향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조승래 의원에 따르면, 한전기술은 정부 요구에 따라 오는 3월까지 대전 원설본부 직원 전원을 김천으로 이주시키겠다는 계획안을 산업통상자원부에 제출한 상태다.
앞서 원설본부는 한국원자력연구원, 한국수력원자력 중앙연구원,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등 대전 소재 유관 기관들과 협업이 중요해 합병 당시에도 용인 본사로 이전하지 않았다.
2015년 본사가 용인에서 김천으로 이전할 때도 원설본부 이전은 보류됐고, 이후 일부 인력이 이동했으나 연구 효율 저하 탓에 대부분 인력이 대전에 복귀한 바 있다.
조 의원은 "김천이 지역구인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를 압박하면서 강제 이전이 졸속으로 추진됐다는 정황도 드러났다"며 "4월 총선 이전에 맞춘 강제 이전 계획이 수립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지역이기주의에 눈먼 여당 실세 의원의 말 한마디에 국가 미래를 좌우할 원자력 R&D 생태계가 와해될 위기"라며 "앞에서는 '원전 생태계 부흥'을 외치고 뒤에서는 연구자와 노동자들을 전리품과 희생양으로 취급하는 정부 여당의 표리부동"이라고 꼬집었다.
이런 가운데 대전시 측은 원설본부의 경남 이전 추진을 전혀 몰랐다는 입장이다.
대전시 관계자는 "(이전 추진을) 모르고 있었다. 며칠 전에 이야기를 들었다"며 "원자력 관련 기관이 대전에 집중돼있고, 원자력연구소 안에 있어서 (이전을) 전혀 생각 못했다. 엄청 당황스럽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이전의) 명분이 없다. 대전에 정착해서 원자력 발전을 위해 기술을 개발하고, 협력업체들과 클러스터 구축해 연구해온 곳"이라며 "국토 균형발전과도 안 맞고, 산업의 시너지 문제도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전시는 산업부와 한전기술 측에 원설본부 이전 추진의 명분이 없음을 강조하는 등 움직임에 나설 계획이지만, '뒷북 대응'이란 지적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324명이 근무 중인 원설본부는 한국원자력연구원 내부 조직으로 운영되다 지난 1997년 한전기술에 합병된 조직으로, 국내외 원전 1차 계통 설계, SMR 등 신기술 개발을 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