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혁백 '권역별 비례제' 제안…고착된 선거제 논의 대안될까

임혁백 "소수당 의석 보장하는 권역별 비례제 제안"
"연동형, 위성정당 생기며 사실상 존립 근거 상실"
'명분과 실리 균형점' 이재명 결단에 영향 미칠까
당 정개특위도 "적극적으로 고려하겠다…이 대표와 교감없는 이야긴 아닐 것"
국민의힘 "민주, 입장 정해와야…결국 '병립형'으로 갈 것"

더불어민주당 임혁백 공천관리위원장. 윤창원 기자

더불어민주당 내 선거제 개편 논의가 여전히 진척이 없는 가운데 임혁백 공천관리위원장이 타협안으로 '소수정당 배분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제안했다. 병립형으로 회귀하는 대신 소수 정당의 원내 진입을 보장해 연동형 선거제도의 취지를 살리겠다는 의도다. '명분과 실리의 균형점'을 강조한 이재명 대표의 결단에 촉매제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민주당 임혁백 공관위원장은 21일 오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소수 정당에 일정 부분 의석을 배분하는 안을 하나의 타협안으로 제시한다"고 밝혔다. 임 위원장은 "3% 이상 득표율을 얻은 정당에 대해선 30% 이내에서 비례 의석을 보너스로 우선 배분해 주고, 나머지 70%를 양당이 병립형으로 나눠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타협안에 따르면 전국 단위 비례대표를 수도권, 중부권, 남부권 등 3권역으로 나누고 병립형을 적용하되 비례 의석 47석 중 30%에 해당하는 15석 가량은 소수 정당의 몫으로 보장한다. 지난 21대 총선 당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적용하며 비례 의석 30석에 대해 '캡'을 씌워 거대 정당의 의석수를 보전 한 것과 반대로 임 위원장의 타협안엔 소수 정당에 '역(逆) 캡'을 씌워 이들의 원내 진입을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임 위원장은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소수 정당 의석은 권역별 득표율 기준으로 배분하게 될 것"이라면서 "득표율 3% 이하 정당은 너무 많아 배분할 수 없어 소수 정당 기준에서 배제했고 이들이 현실적으로 40% 이상의 득표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상한선을 정할 필요도 없다"고 설명했다.

임 위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당 일각에서 강하게 주장하고 있는 '준연동형 유지'를 두고 "위성정당이 생기면서 사실상 존립 근거를 상실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병립형을 채택하기에는 명분이 없고 정치 개혁 후퇴로 받아들일 가능성 크다"고 했다. 정치 개혁과 현실 사이 일종의 '절충안'을 제시했다는 설명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윤창원 기자

이는 지난 18일 이재명 대표가 선거제 개편을 두고 "명분과 실리가 일치하지 않는데 가능한 한 균형점을 찾을 것"이라고 말한 취지와도 벗어나지 않는다는 해석이 나온다. 최근 민주당 지도부는 최고위원회의 등을 통해 오는 2월 1일 국회 본회의에 선거제를 올려야 한다는 목표를 설정하는 등 적어도 설 연휴 전까지는 선거제 개편 방향을 결정하자는 의견이 오고 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제안에 당 정치개혁특별위원회도 적극적으로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 정개특위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임 위원장이 이제 제안을 주셨으니 논의를 해봐야 한다. 공관위원장 말씀이니까 아주 적극적으로 검토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확하게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아마 이 대표와도 전혀 교감이 되지 않은 이야기는 아닐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원내 지도부 관계자는 임 위원장의 제안에 "최근 정치 상황에 답답함을 토로하며 오늘(21일) 발표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정확한 것은 의원총회 등 열어 당내 논의를 해봐야 한다"면서 "실제 이 대표가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땐 연동형으로 가는 분위기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협상 대상인 국민의힘은 "입장을 확실히 정해오라"는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민주당은) 왜 자꾸 이랬다, 저랬다 하는가. 일단 안을 정해야 논의를 할 수 있지 않겠나"라면서도 "결국 '병립형'을 선택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거 뒤에도 이재명 사법 리스크가 이어질 텐데, 자기 사람들이 있어야 방어를 해줄 것 아닌가? 그러니까 결국 '병립형'으로 합의할 것이라고 본다"라며 "다만, 공관위원장 입장이기 때문에 의견을 말하기가 그렇다"고 덧붙였다.

거대 양당 입장에서는 정당득표수만큼 비례 의석이 나오는 '병립형'이 유리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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