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환율↑…악재 덮친 1월 '먹구름'

NYSE 입회장에서 일하는 트레이더들의 모습. 연합뉴스

작년말 회복세를 보였던 국내 증시가 신년 초부터 다시 추락세로 전환돼 투자자 심리를 짓누르는 모양새다.

글로벌 영향력이 큰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올해 초부터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이 빗나갈 수 있다는 경고음이 수차례 울리고, 한반도를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 갈등·충돌 상황이 부각된 탓이다. 시장을 덮친 이 같은 '겹악재'가 단기에 해소되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문가 관측도 적지 않다.
 

작년말 산타랠리 이전으로 돌아간 증시…다시 '강달러'

코스피 지수는 19일 2472.74에 마감했다. 작년 말 종가(2655.28) 대비 6.87% 하락한 수준이다. 그나마 전날부터 이틀 연속 회복해 낙폭이 줄었다. 

지난 17일엔 2435.90에 장을 마치며 작년 11월14일(2433.25) 이후 최저 수준까지 곤두박질쳤다. 12월 '산타랠리' 이전으로 돌아간 것이다. 당일 하루에만 외국인은 9056억 원 어치를 팔아치웠다. 

지수는 이달 3일부터 12일까지 8거래일 연속 하락하기도 했다. 2022년 5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통상 증시와 반대 움직임을 보이는 원·달러 환율은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1339.0원에 마감했다. 연말 종가 1288.0원보다 51원이나 급등한 수준이다. 환율은 새해 들어 14거래일 가운데 4거래일만 빼고 꾸준히 올랐다. 지난 17일에는 1344.2원에 마감하며 작년 11월1일(1357.3원) 이후 최고가를 기록했다.
 

기준금리 조기 인하 기대 약화…글로벌 정세 불안도 부각

미국 달러화 지폐. 연합뉴스

불안한 시장 흐름의 원인으론 무엇보다 연준이 올해 기준금리를 조기에 내릴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약화되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미국 기준금리에 대한 시장 전망을 집계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 데이터를 보면,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연준이 당장 3월부터 0.25%포인트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은 63.35%였는데, 이날 오후 현재 52.84%로 하락했다. 

기준금리가 현 수준(5.25~5.50%)에서 동결될 것이라는 전망은 같은 기간 31.19%에서 45.79%로 상승했다.
 
3월과 5월, 6월까지 세 차례 연속 기준금리 인하 조치가 이뤄질 거라는 전망도 한 달 전엔 50%를 웃돌았지만, 이제는 두 차례만 인하될 거라는 전망이 우위를 점했다. 최근 연준 내부에서 시장의 조기 인하 기대가 과도하는 취지의 견제성 발언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매파(통화 긴축 선호) 성향으로 분류되는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지난 16일(현지시간) "과거처럼 빠르게 금리를 인하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반도 긴장 고조, 중동 확전 우려, 중국·대만 관계 불안 등 지정학적 리스크들이 한꺼번에 부각된 점도 위험 자산 약세, 달러화 등 안전 자산 강세의 배경으로 분석된다. 

신년 들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남한을 '주적'이라고 처음 언급한 뒤 헌법 명문화까지 지시하며 도발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하마스·이스라엘에 국한됐던 중동 전쟁은 이란과 주변국 충돌로 확산하는 한편, 대만 총통 선거에선 친미·독립 성향의 민주진보당 라이칭더 후보가 당선되며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의 긴장도도 높아진 상황이다.
 

"겹악재 불확실성 여전"…연준 메시지, 단기 시장 흐름 좌우할 듯

여의도 증권가 인근 모습. 연합뉴스

증권가에선 투심 위축을 이끄는 이 같은 갖가지 악재들의 미래 불확실성도 커 시장 부담이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키움증권 김지현 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증시 조정의 실체는 지정학 리스크를 자극하는 요인들이 단기에 해소되기 어렵다는 불확실성에 있다"고 진단했다.

한반도 긴장은 4월 총선을 앞두고 심화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미래에셋증권 김석환 연구원은 "국내 증시 특성상 북한 요인이 변수가 아닌 상수로 작용했던 적이 많았지만, 최근 재차 변수가 돼가는 듯한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연준의 '연내 기준금리 인하'는 기정사실화 됐지만, 그 시기와 횟수는 여전히 물음표라는 점에서 단기적으로는 다음달 1일 새벽에 예정된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결과가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거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통화에서 "이달 말까지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가 얼마나 더 후퇴할지, FOMC 때 나올 연준의 메시지가 매파적인지, 비둘기적(통화 완화 선호)인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만약 시장 전망이 '하반기부터 인하'로 조정되고, 연준 메시지도 이런 전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투자 심리도 개선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