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불기소이유서 속 조국·임종석 재수사 단서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왼쪽) ·조국 전 민정수석(오른쪽). 연합뉴스

검찰이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을 재수사하기로 결정했다. 2021년 4월 서울중앙지검이 수사 끝에 불기소 처분한 조국 전 민정수석, 임종석 전 비서실장, 이광철 전 민정비서관 등 당시 청와대 윗선을 검찰 칼날이 다시 겨눈다.

"강한 의심든다"…범죄 심증 받치는 정황은 무엇

3년 전에도 검찰은 임 전 실장과 조 전 수석, 이 전 비서관에 대한 불기소 이유 통지서에 "범행에 가담했다는 강한 의심이 든다"고 적었다. 수사로 모은 증거가 부족해 불기소 처분하지만, 강한 범죄의 심증이 든다고 공문서 기록으로 남긴 것이다.

당시 검찰의 심증은 단순 의심은 아니었다. 불기소 이유서를 보면 구체적 정황이 뒷받침하고 있었다.

우선 임 전 실장과 조 전 수석은 한병도 전 정무수석(1심 무죄) 등과 공모해 송철호 전 울산시장이 2018년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단독 공천되도록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당시 송 전 시장 경쟁 후보인 임동호 전 민주당 최고위원과 심규명 변호사에게 해외 공사나 공공기관 사장 자리 등을 제안하며 불출마를 회유했다는 것이다.

당시 수사팀은 ①송 전 시장이 공천을 앞둔 2017년 8월 경쟁 후보 두 사람을 축출·회유하려는 전략을 수립한 사실 ②임 전 최고위원이 2017년 6월부터 임종석 전 실장 및 한병도 전 수석 등에게 '오사카 총영사' 자리를 원한다는 말을 여러 차례 했고, 자리를 얻으면 불출마하겠다는 뜻을 보인 사실 ③송 전 시장이 2017년 10월 11일 청와대에서 임 전 실장을 만났고 그 직후인 같은 달 24일 임 전 최고위원 측에 "심규명은 불출마로 정리될 것 같다. (당신도) 불출마하면 원하는 자릴 챙겨줄 수 있다"는 뜻을 전달한 사실 등이 인정된다고 적었다.

또 송 전 시장의 선거준비 모임에 참석한 송병기 전 울산시 부시장의 업무수첩에 임 전 실장과 조 전 수석이 언급돼 있었고, 수첩에 기재된 선거 전략대로 향후 일이 진행된 정황도 있다고 강조했다.

조국 '하명수사' 관여 의혹…경찰 수사 인지 여부가 핵심

황진환 기자

검찰은 조 전 수석이 민정수석 재임 시절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에 대한 하명수사에 관여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했다. 검찰은 조 전 수석이 "김기현과 측근에 대한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것을 알던 정황은 있다"면서도 "그것만으로 공범으로 하명수사에 관여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광철 전 비서관(당시 민정비서관실 선임행정관)에 대해서도 "이광철이 문모 전 민정비서관실 행정관으로부터 김기현 측근의 비위 첩보를 보고받고 이를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에게 보고했다. 이후 첩보가 경찰에 하달된 직후 민정비서관실 행정관 2명을 울산에 보내 동향을 파악한 정황이 있어 범행에 가담했다는 강한 의심이 든다"고 강조했다. 다만 검찰은 이 전 비서관에 대한 휴대전화 압수수색 등을 하지 못한 채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썼다.

중앙지검 수사팀이 확인한 '하명 수사' 의혹 관련 사실 관계는 매우 구체적이다. ①민정비서관실 문 전 행정관이 송철호 선거캠프의 정책실장 송병기로부터 입수한 비위정보를 가공해 범죄첩보를 생산한 다음 이광철·백원우 등에게 보고한 사실 ②백 전 비서관이 위 첩보를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 등에게 전달하면서 경찰에 하달해 수사가 진행되도록 요청한 사실 ③황운하 등 울산경찰이 위 첩보를 받아 김기현 및 측근에 대한 표적 수사를 진행한 사실 ④그 과정에서 백 전 비서관이 박 전 비서관을 통해 울산지검에 경찰이 신청한 압수수색영장 청구를 독려하는 등 수사에 관여한 사실 등이다.

서울중앙지법의 1심 판결문을 보면, 반부패비서관실로 보고된 김기현 시장 측근 비리 관련 사건에 관한 경찰 수사상황보고서는 모두 민정비서관실에 전달됐다는 것이 사실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범죄사실을 설명하면서 "백원우 민정비서관과 조국 민정수석에게도 보고되도록 하였다"고 적었다.

"정치보복" 조국·임종석, 檢재수사에 즉각 반발

조 전 수석은 검찰의 재수사 결정 직후 "2019년 사건 수사가 시작됐을 때 검찰은 저를 소환하지도 않았고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며 "저와 관련된 사실 관계는 변함이 없을 터인데 의도가 무엇인지 짐작이 간다"고 반발했다.

임 전 실장도 "1심 재판 과정에서 저와 연관지은 부분은 관련자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며 "총선을 코앞에 두고 재기 수사를 결정한 것은 명백한 정치 보복이다. 당당히 맞서겠다"고 밝혔다. 실제 청와대의 송 전 시장 '공약 지원 의혹'은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경쟁 후보 회유 의혹'과 관련해, 임 전 실장이 2017년 6월 다른 사람과 함께 서울의 한 식당에서 임 전 최고위원을 만났고 그 자리에서 임 전 최고위원이 '최고위원이 끝나면 오사카 총영사 자리로 가면 좋겠다'고 말한 사실은 1심 재판에서도 인정됐다. 다만 임 전 최고위원이 접촉한 당사자인 한병도 전 수석이 무죄를 받았기 때문에 '경쟁 후보 회유 의혹'에 대한 재수사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검찰은 재기 수사 명령 당일인 전날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정원두 부장검사)에 사건을 배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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