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간 18일 오후 7시 10분. 스위스 다보스포럼(WEF)에서 일정에 없던 세션이 열린다. 주제는 '경기도와 혁신가들'. 포럼에 참가한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 이상이고 창업한 지 10년 이하인 비상장 스타트업)들의 요청을 포럼 주최측이 받아들여 말 그대로 '급조'된 세션이다.
WEF측 한 관계자는 "참가자 개인이 주재하는 회의가 하나의 세션으로 열리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전했다.
전 세계 '유니콘'들이 주목한 김동연
진행도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맡았다. 세션에 참여를 신청한 유니콘 기업은 17일 현재 7곳이다. 미국의 블록체인 스타트업인 유가 랩스(Yuga Labs)의 다니엘 알레그레 CEO와 인공지능 기계학습도구를 개발하는 독일 스타트업 아다헬스(Ada Health)의 다니엘 나스라스 CEO 등 7명의 CEO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추가 신청도 받고 있어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세션 개최를 알리는 WEF 홈페이지에는 경기도를 '대한민국 GDP의 25%를 차지하고 있고, 대한민국에서 가장 뛰어난 스타트업과 혁신가들의 고향인 판교가 위치한 곳'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이어 '경기도와 지역, 국제적으로 스타트업들이 협업을 한층 강화할 수 있는 깊은 통찰력을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보다 많은 세계 스타트업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김 지사도 CEO들과의 대화에서 자신의 공약이기도 한 '스타트업 천국, 경기도'를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 지사는 2026년까지 3천개 벤처스타트업 육성이 목표다.
아울러 김 지사는 창업을 원하거나, 유망한 벤처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싶거나, 좋은 협력 파트너를 찾을 때 경기도로 오면 확실히 지원할 뜻을 CEO들에 전달할 예정이다.
경기도에 특별히 관심 있는 스타트업들이 참여하는 만큼 실질적인 투자로 이어질 지도 관전 포인트다.
경기도 관계자는 "기후변화 대응, 스타트업 육성 등과 같은 김 지사의 정책 방향을 세계 리더들이 좋게 평가한 것 같다"며 "경기도지사라는 직함보다는 경제에 대한 식견과 스타트업 공약에 대한 실천 등 개인의 역량을 주최측에서 인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19번째 4차산업혁명센터 유치…유일하게 스타트업 초점
실제로 김 지사의 '스타트업 사랑'은 이번 다보스포럼 내내 계속됐다. 포럼 첫 날에는 전 세계 유니콘 기업 CEO 90여명이 모이는 '이노베이터 커뮤니티'에 초청을 받아 참여했다.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유일하게 초청받은 정부 관료였다. 이노베이터 커뮤니티는 전 세계 스타트업들이 정보를 공유하는 다보스포럼의 대표적인 행사다.
이 자리에서 김 지사는 오픈AI 대표 샘 알트만과 만나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이번 다보스포럼에서 김 지사가 WEF와 유치에 합의한 전세계 19번째 4차산업혁명센터 역시 다른 18개 센터 어디에도 없는 '스타트업'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4차산업혁명센터는 과학기술의 대변혁기에 글로벌 협력과 공동 대응을 이끌어내기 위해 WEF가 국가 또는 지역과 협의해 설립하는 지역협력 거점 기구다.
김 지사는 2018년 경제부총리 재임 당시 포럼 창립자인 클라우스 슈밥 회장과 만나 한국 내 4차산업혁명센터 설치에 대한 의견을 나눈 인연이 있다.
김 지사는 업무 협약식에서 "경기도지사가 되어 6년 전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기쁘다"며 "센터에서는 기후변화, 스마트 제조업, 스타트업 등 3개 분야에 집중하게 되는데, 특히 스타트업은 기존 18개 센터에서 중점적으로 다루지 않는 분야로 경기도를 스타트업의 천국으로 만들겠다는 공약을 지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기도 뿐 아니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센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